고령화 가속화 '실버 세대' 파워 막강 커뮤니티 좌지우지…마켓·병원 등 업계 전반 주도, 교회도 노령층 의존

[창·간·기·획] '100세 시대, 시니어 세상'

"밉보이면 끝!…노인들 입소문에 장사 생사 달려"
노인 아파트 등서 네트워크 구축 '거대 소비자층'

'타운 활성화의 동력'…노후생활 안정 등 뒷받침
"모은 돈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쓸 돈은 충분하다"

100세 시대. 이제 옛날에'노인'이라고 불리던 연령대가 더이상 노인이 아니다. 과학의 발달에 따른 수명 연장으로 세계는 지금 고령화 시대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 65세 이상이 전체의 14%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치닫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지난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한인 인구 중 65세 이상이 13.%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4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비슷한 1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요즘은 65세가 넘었다고 '노인'이라고 부르면 야단맞는다. 비록 나이는 65세 지만 몸과 마음은 55세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시니어'다. 지금 남가주 한인사회는 그야말로 '시니어 세상'이다. 경제, 사회, 종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주도하는 막강한'세력'으로 커져 버렸다. 한마디로 "한인 커뮤니티는 시니어들이 먹어 살리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본보는 창간 기획으로 '100세 시대, 시니어 세상'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얼마전 오렌지카운티 인근 한 가게 터에서 송이버섯을 판매한 김모씨는 생각보다 일찍 장사를 접었다. 김씨는 당초 주말마다 4차례 판매를 할 예정이었으나 두 주만에 물량이 바닥이 나는 바람에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김씨는 "첫 날 인근 교회 권사님들 몇 분이 가격에 비해 실하다며 사간 후 입소문이 났는지 순식간에 물건이 팔렸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손님 대다수가 어르신들이었다"며 "역시 장사는 노인들을 상대로 해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에서 병원을 개업한 한 내과병원은 최근 진료 시간을 바꿨다. 밀려드는 노인 환자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 오픈시간을 오전 7시부터로 1시간 땡겼다. 이와함께 보조 의사를 한명 더 채용했다. 내과의 이모씨는 "한인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 환자는 거의 다 노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노인 환자들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버 파워'가 한인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있다. 노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60대~80대 시니어들이 한인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켓에서부터 여행업계, 선물업계, 홈쇼핑, 보험업계, 은행 등은 물론 병원과 약국, 그리고 교회에 이르기 까지 시니어들이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에선 노인들이 사회 문제층으로 퇴락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주 한인 노인들은 커뮤니티 사회·경제의 주역으로 부상, 대조를 보인다.

▣노인 손님 잡아야 성공
시니어들은 한인 상권 버팀목이다. 노인들의 '꾸준하고 주기적인 소비 형태'가 경기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는 업계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한인 노인들의 구매력 범위는 거의 모든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노인 아파트, 교회, 노인회, 노인센터 등에서 구축된 네트워크로 하나의 거대한 소비자 층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업계에선 '노인들을 잡아야 성공'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타운내 한 마켓의 총괄매니저는 "웰페어가 지급되는 매월 1일은 노인분들이 오전에 은행에 들러 마켓에 몰리기 때문에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여행업체 대표는 "한인 여행사 손님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며 "노년층 고객이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들 노인 환자 눈치보기
한 내과의는 "의사들 사이에선 노인들의 입소문에 따라 병원의 생사가 달려있다"고 농담을 나눌 정도라며 "의료계에서 노인 환자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한인 메디칼 그룹은 노인 가입자들을 붙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일례로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 선정에도 노인들이 선호하는 배우나 스포츠 선수 등을 선별해 내세우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 관계자들은 "장수 시대에 노인 환자가 많아지는 것을 당연한 현상"이라며 "결국 타운 병원들이 노인 환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인 평균 연령 65세?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한 교회의 전체 교인은 350명 정도. 창립한지 20년이 넘는 이 교회의 교인 대다수가 노령층이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확히 집계해보진 않았으나 교인 평균 연령이 65세를 훌쩍 넘을 것"이라며 "담임목사가 한국어에 어눌한 1.5세 목사라는 점을 상기하면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한인 교회는 영아부, 유년부 등이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다"며 "노인 신자들의 교회내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교회 재정도 노인 신자들의 헌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의료 및 복지 확대로 노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시니어 세대의 바잉 파워가 커지면서 한인사회 경제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민온지가 오래돼 생활이 안정됐고, 소셜 연금이나 웰페어 등으로 소비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점 등이 '시니어 영향력'을 부추기는 중요한 이유로 분석했다. 설사 모은 돈이 그리 많지 않아도 쓸 돈은 충분하다는 말이다.
조한규·이지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