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참여 세후보 중 최고가 써내…항공업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통과
현산, 종합그룹 도약 전기…본협상서 신·구주가격 놓고 '밀당' 전망
금호그룹 사세 급축소…아시아나, 신주자금 유입돼 경영정상화 기대
컨소시엄 미래에셋 경영참여도 '주목'…미래에셋은 일단 '선 긋기'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국적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아시아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002990]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입찰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 중 HDC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로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향후 우선협상대상자와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 측은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을 해야 해 매각을 최종적으로 종료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7일 마감한 아시아나 본입찰에는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비롯해 제주항공[089590](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현산 컨소시엄은 매입 가격으로 2조4천억∼2조5천억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알려져 1조5천억∼1조7천억원을 제시한 애경 컨소시엄과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어 낸 KCGI 컨소시엄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토부는 전날 현산 컨소시엄과 애경 컨소시엄 등 2곳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 2곳 모두 항공운송사업을 하기 위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KCGI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적격성 심사 의뢰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됨에 따라 금호산업과 현산 컨소시엄은 곧바로 아시아나 매각을 위한 본협상에 착수한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천868만8천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298690], 아시아나IDT[267850] 등 6개 회사도 함께 '통매각' 대상이다.

'통매각'이 원칙이지만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 채권단이 경우에 따라서는 자회사 개별 매각도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둬 협상 과정에서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본협상에서는 현산과 금호가 구주 가격, 신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등 조건을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 측은 아시아나의 재무·경영상태를 면밀히 재검토하면서 돌발 채무 가능성 등을 잡아내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국내 2위 글로벌 항공사로, 인수 가치가 높다는 점을 부각하며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 할 전망이다.

특히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길 원하고 있어 이를 두고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 모든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이번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현산이 아시아나를 최종 인수하면 건설업 중심의 기업 사업영역을 항공업으로 확장하며 종합그룹으로 도약할 전기를 맞게 된다.

반면 한때 재계 7위로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금호그룹에는 사실상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만 남게 돼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한 수준으로 사세가 축소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주 자금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안정되고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는 9조6천억원, 자본은 1조5천억원 규모로 부채비율은 660%에 달한다.

신주 인수 자금으로 기대되는 약 2조원이 아시아나에 수혈되면 부채비율은 277%까지 떨어진다.

HDC그룹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이 아시아나 경영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미래에셋 측은 "재무적투자자(FI) 역할에 충실할 뿐 다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의 역할이 FI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이 외부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직접 자기자본 투자(PI)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아시아나 지분을 20%까지 소유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20% 초과해 보유할 수 없게 한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미래에셋은 아시아나의 지분을 최대 20%까지 가질 수 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