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의료진 주위 대기…한국당, 靑 텐트철거 요청에 "옹졸하다"
유승민, 黃 손잡고 "연비제·공수처, 힘합쳐 최선다해 막아내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조민정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6일 청와대 앞에서 일주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전날 비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몽골텐트 안에 누운 채로 밤을 보냈다.

황 대표는 추위 속에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탓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됐다고 그의 상태를 살핀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단식농성장 옆에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를 전후해 황 대표의 텐트를 찾았다.

나 원내대표는 텐트를 나와 기자들에게 "국회 돌아가는 상황을 좀 논의했고, 대표께서는 '수고해달라'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거의 말씀을 못 하신다.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그런 정도"라고 했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상태가 악화하자 구급차와 의료진을 주위에 준비해뒀다고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이 밝혔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황 대표 곁에서 매일 밤을 보내고 있는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날이 춥고 바람에 천막이 펄럭이는 소리 때문에 황 대표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 텐트에는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유승민 의원이 방문, 황 대표가 단식 요구 조건으로 내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을 국회에서 함께 저지하자며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를 만나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것 같다. 건강을 너무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좀 중단하셨으면 좋겠다"고 만류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유 의원은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어차피 문제의식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막아내야 하니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황 대표는 "고맙다"고 반응했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각자의 오른손을 맞잡은 채 2∼3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황 대표가 마스크를 벗으려 하자 유 의원이 "벗지 마시라"고 말렸다고 함께 있던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연합뉴스에 전했다. 지 의원은 "실내와 실외에서 하는 단식이 다르다던데, 그런 게 확 느껴질 정도로 정말 안 좋아 보이더라"고 했다.

오후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방문했다. 손 대표는 황 대표에게 "빨리 일어나서 손잡고 좋은 나라를 같이 만들자"며 단식을 말렸다. 황 대표는 이번에도 "고맙다"고만 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한국당 상임고문단도 황 대표를 찾았다. 박 전 의장은 "이 나라 민주주의는 이렇게 싸워서 지켜왔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위로방문하고 나서 오후에 청와대가 텐트를 철거해달라는 입장을 통보한 데 대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대하는 국민들을 찾아가서라도 만나겠다고 하시지 않았나"라며 "너무 매정하고, 매몰차다. 상황을 풀려고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텐트를 철거한다고 해도 민심 저항을 막을 수는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위선적이고 옹졸한 태도를 버리고, 황 대표를 만나 통 큰 결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텐트가 설치된 청와대 사랑채를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가 전날 한국당을 찾아와 텐트 철거를 위해 '행정대집행'을 거론한 데 대해 "형식적인 이해찬 대표의 방문에 이어 관광공사를 뒤에서 조종해 비닐을 뜯어내겠다고 협박이나 하는 이런 정치를 그만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