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대 시험" vs 트럼프 "적대행동시 다 잃을 것"

"비핵화 그만" 레드라인 밟은 北… 트럼프 "지켜보겠다"

집중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행동을 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과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그가 잃을 건)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으며 내년 11월 미 대선에 개입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지만 약속대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이슈에 대해선 (의견이)통일돼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서해위성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 국면에 들어선 이후 가장 강력한 경고 중 하나다.

북한이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정해 모종의 '중대 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도발하지 밀라'는 메시지를 직접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대륙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왔다. 북한이 내년 대선 전에 ICBM 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하면 이같은 외교치적은 물거품이 된다.

이에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interfere with)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 이슈는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김 대사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미국 내 정치 어젠다를 고려한 '시간 벌기 속임수(time-saving trick)'"라고 비판했다. 김 대사가 언급한 미국 내 정치상황은 2020년 미 대선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김 대사는 "우리(북한)는 지금 미국과의 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까지 끄집어내면서 미국을 압박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동안 유예했던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해 미국 대선에 변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던 것을 외교 치적처럼 자랑해 왔는데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면서 내건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 사이에 오가는 말이 거칠어지고 있는 것은 위험스러운 징후로 보인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자칫 북·미 관계가 충돌 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