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수출규제 사태 진전 기대감도
"결국 강제징용 해법이 관건"…'1+1+α 문희상案' 등 절충안 물밑조율 주목
회담 결과, 지소미아 연장·종료에 영향줄 듯…연말 한일관계 중대국면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하순 중국으로 향하기로 하면서,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복잡하게 얽힌 한일관계 실타래를 풀어낼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3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개최되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대해 청와대는 "조율 중"이라고만 밝혔으나, 현재로서는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한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하며 악화 일로였던 양국의 갈등을 잠시 봉합해 둔 미묘한 시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더욱 높다.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결과에 따라 양국 관계는 대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도, 혹은 반대로 입장차만 확인할 우려도 있어 연말 한일관계가 중대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수출규제 해법 찾을까…"문희상 案 등 강제징용 해법이 열쇠" 분석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사태를 해소할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를 결정, 일단 양국 관계의 '파국'을 피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의 여지를 열었다.

이후 한일 간 '수출관리정책대화'가 16일로 잡히는 등 실무선의 대화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만큼, 두 정상의 만남으로 수출규제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단초를 만들어 관계개선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출규제 및 한일관계 악화는 일본 기업들에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리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어떻게든 '출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반대 편에서는 섣부른 기대를 하기에는 한일 사이에 놓인 난제가 여전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갈등의 뿌리에 놓인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관계개선은 난망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성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제안하는 안(일명 '1+1+α' 안)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한일 양국이 조율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안에 대해서는 피해자 단체가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의 동의, 국민적 수용성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강제징용안에 대한 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수출규제 해법만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갈등의 불씨를 남긴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역시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12월 (한일) 정상회담 전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합의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조건부 종료 연기' 지소미아 다시 기로에…연말 중대국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그 결과에 따라 '조건부 종료 연기' 상태인 지소미아의 운명도 좌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두 정상이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발판을 마련할 경우 지소미아는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지난달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이 우리에 대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한다면 우리도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새롭게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일 정상이 수출규제 해법에 공감대를 이루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두고 다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 당시 "우리는 언제라도 (종료) 효력을 활성화할 권한이 있다. 이 경우 지소미아는 그 날짜로 종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건부 종료 연기 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되는 건 우리가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으며, 청와대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연말이 고비가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수출규제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다시 이를 종료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가 일본과의 관계를 넘어 한미일 안보협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쉽사리 결론을 낼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