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세계 최연소 신임 여성 총리, 새 내각 임명'여성 천하'
1906년 유럽 최초 女 참정권…대표적 양성평등 국가

34세에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산나 마린 신임 핀란드 총리가 10일 공식 취임하면서 파격적인 '여초(女超) 내각'을 꾸렸다. 장관직 19개 중 12개에 여성을 임명했다.

마린 총리는 '정권 넘버2'인 부총리 겸 재무장관에 32세의 카트리 쿨무니를 임명했다. 내무장관에는 마리아 오히살로(34), 교육장관에 리 안데르손(32), 법무장관에 안나-마야 헨리크손(55)이 기용됐다. 마린 총리와 이 4명의 주요 부처 장관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5개 정당의 대표들로서 전원 여성이다. 이 외에도 고용부·보건부·지방자치부·과학문화부 등에 줄줄이 여성 장관을 포진시켰다. 남성 장관은 외교부, 국방부, 교통·통신부, 농림부 등 7개 부를 이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여성 장관 비율이 2014년 기준 27%인 것과 비교하면 핀란드는 그 2배가 넘는다. 이 정도면 핀란드를 여성이 통치하는 '아마조네스 국가'라고 해도 될 수준이다.

AP통신은 엘리나 펜티넨 헬싱키대 젠더학 교수 말을 전하며 "세계 최고 양성평등 국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핀란드에서도 이 같은 내각 구성은 '예외적인 일'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핀란드는 일찍부터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했다. 1906년 유럽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이후, 여성을 정부 고위직에 기용하는 데 앞서갔다. 1990년 세계 최초로 여성을 국방장관에 기용한 나라도 핀란드였다. 2003년 여성 총리가 처음 탄생했고, 마린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다. 현재 핀란드 의회의 전체 200석 중 93석(47%)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한 제도적 여건도 일찍 만들었다. 1986년 양성평등법을 제정해 직장 내 성차별을 엄격히 금지했고, 1995년에는 정부 조직에서 남녀 어느 쪽이든 한쪽 성별이 40% 이상을 차지하도록 양성평등법을 개정했다. 핀란드에서 여성이 내각의 과반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총선 직후 20명의 장관 중 12명이 기용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