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8일 화요일

미국이라는 나라는 엄청 큰 나라, 한국은 엄청 작은 나라, 그것도 남북이 갈라져서 더 작은 남한에서 온 나는 미국에서 여행할 때마다 끝이 없는 길, 끝이 없는 광활한 대지를 보고 감탄한다. 넓다~ 진짜 넓다~ 저 많은 땅, 아무도 살지 않고, 개발할 생각도 없이 남겨져 있는 땅. 개발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남친이 말했다. 물도 끌어 와야 하고, 전기도 끌어 와야 하고, 길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도… 바지런한 한국인들에게 빈 땅을 주어서 개발하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국 노래 중에 This is your land. This is my land. 라는 노래가 있다. 그러나 내 땅은 없다.

내 아들의 여자친구는 북경에서 온 중국인이다. 언젠가 아들 여자친구에게 미국은 참 크지 라고 말했더니, 자기는 미국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 중국도 어마어마하게 크지. 이렇게 ‘크다’라는 개념조차 사람마다 다르다.

오전 8시, 아리조나 데이트랜드(Dateland)의 이름 모를 주유소 뒤 초대형 트럭들 사이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다시 출발. 8번 동쪽 방면 프리웨이.

돌과 바위산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건물은 커녕 집도 없고, 사람도 없다. 돌과 바위산 사이를 가르마처럼 달리는 도로만 있다. 그리고 그 위를 달리는 온갖 종류의 자동차들, 멈출 생각도 하지 않고 앞만 보며 달린다. 배달 시간이 늦었나? 도착 시간이 늦었나? 어디를 가고 있나? 달려도 달려도… 돌, 바위, 돌, 바위….

해발 4,000피트(1,219m), 바람을 저지할 나무들이 없는 고지대,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고속도로에는 바람이 강함으로 주의가 절대 필요하다는 안내판이 계속 나왔다. 어디서 이런 돌과 바위가 날아와 쌓여 있는지, 강한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환경이 생겨났는지, 신기할 뿐이다. 순간, 캠핑카가 휘청거렸다. 바람이 불어도 휘청, 초대형 트럭이 지나가도 휘청, 남친은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달렸다.

바람이 강한 이 지역에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달렸다.

돌과 바위산 지역을 지나자 모래 지역(sand dune)이 펼쳐졌다. 계속되는 모래밭. 그리고 대평원이 모래밭 뒤를 이었다. 끝이 없는 평원. 모래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는 태양열 발전소가 대평원에 펼쳐져 있었다. 돌, 바위, 바람, 모래, 평원…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달렸다.

오전 10시. 아리조나 피닉스(Phoenix) 밑에 있는 작은 마을, 카사 그란데(Casa Grande)를 지나자 8번 프리웨이는 끝나고 10번 고속도로로 합쳐졌다. 10번 고속도로는 서쪽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Santa Monica)와 동쪽 플로리다 레이크 시티(Lake City)를 연결하는 도로이다.

아리조나하면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세도나(Sedona), 모튜멘트 밸리(Monument Valley), 레이크 파웰(Lake Powell),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 엔텔롭 캐년(Antelope Canyon)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선인장. 선인장은 종류도 많지만 이곳의 명물 선인장은 사구아로(Saguaro)라는 대형 선인장이다. 투산(Tucson) 근처에 사구아로 국립 공원(Saguaro National Park)이 있다.

Tucson(나는 자꾸 이 도시 이름을 턱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턱선이 아니라 투산)을 지나자 천연 동굴 국립 공원(Colossal Cave National Park) 안내판이 나왔다. 종유석, 용암 석순, 유석… 어릴 적 지리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키 작은 관목 식물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가끔 무슨 무슨 wash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비가 많이 올 때 강이 넘쳐서 한꺼번에 씻겨져 내려가고(wash out),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메말라 있는 지역이다.

치리카후와 국립 공원(Chiricahua National Monument).

아리조나가 끝나 갈 무렵, 뉴 멕시코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국립 공원이다. 기암석으로 가득 찬 공원이다.

달렸다.

뉴멕시코에 진입했다.

저녁 8시경. 뉴 멕시코를 지나 텍사스에 진입했다. “Welcome to Texas! Drive friendly-The Texas Way”(텍사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친절하게 운전하세요. 텍사스의 운전 방법입니다.)

밤 9시. 캠핑카 여행 시작 후 처음으로 1,000마일(1,609km)을 달성했다. 캘리포니아 로스 엔젤레스부터 텍사스 데밍(Deming)까지.

어둠 속을 달렸다.

엘 파소(El Paso)를 지나 반 혼(Von Horn)의 한 모텔 골목에서 노숙(Boondocking)했다. 자기 전에 캠핑카 여행 10일만에 처음으로 토마스가 나랑 놀았다. 토마스도 마음이 진정되고 흔들거리는 캠핑카 여행에 익숙해졌나 보다.

자면서 생각해 보니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