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지'의혹'보도…"이란 자존심 살리고, 양측 전쟁 위기 탈출 기회"

뉴스진단

이란, 공격하기전 이라크에 미리 계획 알려
美, 목표물 폭격 몇시간 전 미리 파악 대비
밀리 합참의장 "조기 경보 효과" 의혹 부인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대한 22대의 지대지 미사일 타격이 미국과 이란 양국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조정된 이벤트(calibrated event)'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고위 관료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미사일 공격은 미국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이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동시에 양측이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의도된 이벤트였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국 목표물 공격 의도를 미국이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이란 양국의 엇갈린 사상자 발표가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미국인 8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로 유혈 사태가 발생했던 이란으로선 대내적으로 '충분히 보복했다'는 메시지로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로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웠던 이란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도 됐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을 건드릴 수 없다'는 승리 선언의 기회가 된 셈이다.

공격 지점도 의혹을 받는다. 이란이 공격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인 아인 알아사드와 에르빌은 미군 밀집지역이 아니다. 애초 미국인 사상자를 내려는 게 이란의 목표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미사일의 궤도 자체가 에르빌의 미국 영사관을 겨냥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CNN은 "이란이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의도적으로 공격 목표에서 제외했다는 생각이 미 당국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라크를 거쳐 미국에 공격 정보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아딜 압둘 마흐디 이라크 임시총리는 전날 "이란이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피격하기 직전에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대응을 시작할 것'이라고 구두로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이란이 '미군 주둔지에 한정해 보복하겠다'고 알려왔지만 정확한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러한 의혹을 차단했다. 그는 이란의 공격에 대해 "내가 보고 아는 것을 토대로 보면 구조적 피해를 일으키고 차량 및 장비, 항공기를 파괴하며 인명을 죽이려는 의도였다"며 "조기 경보 시스템의 효율성과 방어적 절차 덕분에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이란에 군사 보복을 가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즉시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강력한 제재는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