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국민청원 글 올려…"정신병원 계속 입원…보육시설 찾도록 도와달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정신장애를 앓는 아들을 '코피노'(한국계 필리핀 혼혈아)라고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한의사 남편과 아내가 최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 아동 A(16) 군을 도와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 군의 국선변호인이 "필리핀에 유기되었던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피해 아동을 보호해줄 곳을 찾기 위해서 글을 올렸다고 운을 뗀 변호인은 "A 군은 친부모에 의해 필리핀에 유기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현재 양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A 군을 보호해왔다"며 "부산에 도착한 A 군이 자폐와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이상행동을 해 부산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으나 호전되지 않아 양산 한 정신병원으로 옮긴 상태"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A 군을 계속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아동 발달과 복리를 위해 좋지 않다"며 "단 한 번도 제대로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는 A 군이 학교 교육을 받기를 원하고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A 군이 자폐와 지적장애, 정신질환이 있어 현재까지 적절한 보육 시설을 찾지 못했다"며 "A 군이 입·퇴원을 반복하더라도 정신병원이 아닌 보육 시설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A 군도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어 "A 군을 전담해서 보살펴 줄 선생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이 청원 글에 동의한 이는 140여명이다.

A 군은 10살이던 2014년 한의사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필리핀 마닐라의 한 보호시설에 맡겨졌다.

당시 A 군 아버지는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이고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선교사에게 양육비를 주고 떠났다.

A 군 부모는 출국 전 아들 이름을 바꾸고 여권을 빼앗는가 하면 국내로 돌아온 뒤 전화번호도 바꿨다.

A 군 사연은 아동보호시설 후임 선교사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호소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A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다.

정신장애가 있던 A 군은 4년간 방치된 사이 상태가 더 악화했다.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군 부모는 지난 9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나란히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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