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5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1951년 4월 19일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남긴 맥아더 장군이 남긴 명언이다. 비록 군인으로서 퇴역하지만 빛나는 업적과 카리스마는 후배들의 가슴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는 뜻이었을게다. 이 말을 되내이다 보면 남가주 한인사회의 '올드타이머'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던 시절인 1960년~1970년대에 어렵사리 남가주에 자리를 잡고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그들, 바로 그들이 한인사회의 '노병'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코리아타운'도 없었을 것이고, 한인 경제·정치·문화도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이제 인생의 후반전에 다다른 나이이긴 하지만 '백세시대' 아닌가. 그들에겐 아직 꿈이 남아있다. 아직도 가슴엔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당시의 뜨거움이 꺼지지 않았다. 오늘도 새로운 도전으로 이민 후세들에게'인생의 지혜'를 물려주고 있는 올드타이머들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한인 입양아의 대부' 김원보 한미문화협회 회장

그에겐 뗄레야 떼놓을 수없는 닉네임이 있다.'입양아의 대부'다. 아직도 미주 한인사회에서 '입양'이란 말이 나오면 첫번째 떠올리는 사람이 바로 그다. 김원보 한미문화협회 회장.
벤추라카운티 카마리요에서 지역 인근에 살고 있는 입양 가족들을 초대해 '입양아 사랑의 잔치'를 개최한 것이 계기가 돼 입양아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무려 30년이 넘게 그들의 대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인생 1막 '사회 봉사'
1983년 아예 한미문화협회를 창립한 그는 입양아들에겐 '희망'을 주고 그들을 입양한 부모들에겐 '감사'를 전하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김 회장은 문화협회를 통해 입양아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각종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는데 앞장섰다. 아직도 그의 집에 가보면 입양아들과 그의 부모들이 보내온 '탱규 카드'가 방안에 가득히 쌓여있을 정도다. 그 뿐아니다. 김회장은 입양아 잔치외에 경찰 및 소방관 초청 위로 잔치, 은퇴선교사 위안의 밤, 6.25 참전 용사 위안의 밤 등을 행사를 정기적으로 마련해 지역 사회 화합을 위한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한인들의 소중한 전통을 미국에서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며 김 회장에게 축사의 말로 치하하기도 했다.
"이렇게 저렇게 인연을 맺은 입양아들이 잘 자라서 지금은 주류사회를 이끌어가는 재목으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되레 제게'사회봉사'의 눈을 뜨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인생 2막 '여행'
나이가 들면서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여행'이다 김 회장은 1995년부터 인생의 제 2막을 여행에 방점을 두고 지금까지 아내인 킴벌리 김(한국명 김은경) 여사와 함께 미 대륙은 물론 동서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중동 지역까지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또다른 세상을 접하고 있다. 사업과 사회봉사에 전념했던 그는 한순간'더 큰 세상을 보고싶다'는 욕구가 몰아치면서 틈만 나면 여행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는 말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여행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세상을 배운다는 그는 지난해 연말 아내와 함께 색다른 여행을 했다. 보름간의 일정으로 사하라 사막을 다녀온 것이다. 사막을 걸으며 힘들면 낙타도 탔다. 사막 한가운데서 부부가 텐트를 치고 이틀간을 보내기도 했다.
"현지 가이드 말로는 우리가 사하라 사막 여행에 참가한 가장 나이많은 부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제일 씩씩하게 다닌다며 칭찬아닌 칭찬을 받았습니다."
김 회장은 "80대에 접어든 나이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일단 떠나면 행복한게 여행"이라고 말했다.

▣인생 3막 '마이웨이
그런 여행의 체험 및 지난 40년 동안의 사회 봉사 활동을 담담하게 그려낸 319쪽(사진 500여 장)짜리 회고록 형식의 화보집 'My Way'를 2017년 발간했던 김 회장은 3년 만에 다시 'My Way' 2집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는 2월 말쯤 출간되는 이 책은 1집 출간 이후 경험한 여행 및 봉사와 관련된 내용을 담아 영어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한인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연을 맺은 미국인, 그리고 영어권 다양한 친구 및 후손들에게도 이러한 내 삶의 작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평생친구인 아내와 함께 또 다른 추억을 쌓고 경험하기 쉽지 않은 곳에서의 여행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억들을 책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그 기쁨은 나에게 있어 이러한 일들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인생의 의미는 뭘까.
"뭐 대단한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고, 내놓고 자랑할 것도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후배들에게 '인생은 도전'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또다른 도전을 꿈꿉니다. 그래서 마이웨이 입니다."
김원보의 '희망 메세지'는 오늘도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