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녀 성추행' 의혹에 미국서 출간 취소…프랑스 출판사는 "출간하고파"

스티븐 킹·펜 아메리카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양녀 성추행' 의혹을 받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84)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출간이 무산됐지만 프랑스 출판사는 앨런을 옹호하면서 출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의 중견 출판사인 에디시옹 스톡(Editions Stock)은 앨런의 회고록 '애프러포 오브 낫싱'(Apropos of Nothing : 난데없이)을 다음달 29일 출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에디시옹 스톡의 마뉘엘 카르카손 대표는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과의 인터뷰에서 "우디 앨런은 위대한 예술가이자 영화감독, 작가"라며 "이 '유대인 뉴요커'의 유머는 그의 회고록 모든 문장에서, 자기 비하와 겸손, 비극을 희극으로 가장하는 솜씨 속에서 여전히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카르카손 대표는 미국 출판사 아셰트 북그룹이 앨런의 회고록 출판을 취소함에 따라 프랑스에서의 출판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자신은 출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셰트 북그룹의 출판 철회로 회고록의 출판권은 다시 앨런에게 돌아간 상태다.

그는 "작가에게 돌아간 출판권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며 "솔직히 말해서 이(출판)는 작가가 결정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카르카손 대표는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디 앨런은 로만 폴란스키가 아니다"라며 여러 건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프랑스의 원로 영화감독 폴란스키와 앨런은 동급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폴란스키의 혐의 중 일부는 증명이 됐지만 앨런은 한결같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왔고 미국 법정에서도 무죄가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아셰트 북그룹의 출판 철회는 미국에서도 논란이다.

미국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출판 철회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앨런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 다음에 입에 재갈을 물게 될 누군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썼다가 비판을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미국 비영리 단체 펜 아메리카도 "이 책이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독자들은 책을 읽고 자신의 판단을 내릴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셰트 북그룹은 앨런의 회고록을 다음달 출판할 예정이었으나 직원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지난 6일 이를 철회했다.

아셰트 직원들은 앨런의 회고록 출간은 아동 성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하고, 시위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우디 앨런의 양녀 딜런 패로는 1990년대 초반 자신이 7세 때 앨런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2014년 폭로했다.

앨런은 의혹을 부인했고 수사에서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영화계 안팎에서 그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