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등 ‘집콕족’(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을 이르는 신조어)이 늘면서 ‘옛날 드라마(옛드)’가 새로운 힐링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옛날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다. 웨이브 측 역시 3월 들어 많이 본 콘텐츠에서 옛날 드라마 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콘텐츠 시청시간과 함께 중장년층의 시청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웨이브가 공개한 3월 둘째주 드라마 VOD(주문형비디오) 시청량 순위게 따르면 SBS ‘순풍산부인과’(1998)가 19위로 차트에 진입한데 이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도 27위에 올랐다. KBS1 ‘태조왕건’(2000), MBC ‘대장금’(2003), SBS ‘천국의 계단’(2003) ‘야인시대’(2002), KBS2 ‘가을동화’(2000) 등 다수의 옛날 드라마들도 소환되고 있다.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는 드라마들도 있다. MBC ‘보고 또 보고’(1998)는 전주 대비 121계단 상승하며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17위부터 20위까지 KBS2 ‘태양의 후예’(2016), SBS ‘별에서 온 그대’(2013), ‘질투의 화신’(2016년), MBC ‘내 딸 금사월’(2015)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방영한 드라마들을 재가공해 내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뉴트로 열풍’과도 맞물리며 탄력을 받고 있다.

MBC는 ‘옛드:옛날 드라마’ 채널을 열고 ‘보고 또 보고’, ‘제5공화국’, ‘내 이름은 김삼순’, ‘해를 품은 달’ 등을 매회 30분 이내로 압축해 공개하고 있다. 반응도 뜨겁다. 23일 현재 구독자가 무려 217만명에 이를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SBS는 ‘빽드-스브스 옛날 드라마’ 채널을 통해 ‘야인시대’, ‘모래시계’, ‘자이언트’, ‘시티헌터’ 등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이후 10분 이내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KBS는 국내 지상파 중 최초로 유튜브 월정액 서비스를 도입해 총 70여편의 명작 드라마 풀VOD를 유튜브 채널 ‘KBS 드라마 클래식’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첫사랑’, ‘젊은이의 양지’, ‘태조 왕건’부터 ‘프로듀사’,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고백부부’, ‘연애의 발견’ 등도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수의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고 일부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과거 콘텐츠의 재소환 열풍은 작금의 지친 일상 속 시청자들로 하여금 향수를 자극하며 추억 여행을 할 수 있게끔 만들뿐 아니라 방송사에서도 신작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효자템’이 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옛날 드라마가 인기를 끈 지는 좀 됐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시청층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라고 봤다. 또 다른 방송국 PD는 “OTT를 통한 ‘옛드’ 열풍이 중장년층에 따른 것이라면, 유튜브에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러한 콘텐츠가 1020세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하나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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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