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한 과거 흡연자, 수용체 수위 비흡연자와 비슷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진, '유럽 호흡기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고위험군에 추가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쉽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이유를 캐나다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흡연자나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COPD) 환자는 감염 질환에 대한 면역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할 때 결합하는 세포 표면 수용체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ACE2 수용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 세포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일종의 '관문'과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유난히 강한 건, 이 세포 수용체와 강하게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와 밴쿠버 세인트 폴 병원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유럽 호흡기 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에 발표했다.

1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각각 21명의 COPD 환자와 일반인의 폐 조직 샘플을 채취해 ACE2 수위를 측정한 뒤 개개인의 흡연력과 함께 비교 분석했다.

개인 흡연력은 비흡연자, 금연한 과거 흡연자, 현재 흡연자 등으로 나눴다. 그런데 1차 분석에선 COPD 환자와 과거 흡연자에서 ACE2 수위가 높게 나왔다.

그래서 피험자 249명이 참여한 다른 두 건의 연구 그룹 데이터와 대조해 분석했더니, COPD 환자와 현재 흡연자만 ACE2 수위가 높고, 비흡연자와 과거 흡연자는 낮았다.

이 연구를 주도한 세인트 폴 병원의 제니스 렁 박사는 "과거에 담배를 피웠더라도 현재 금연 중인 사람은, ACE2 수위가 비흡연자와 비슷했다"라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담배 연기의 각종 발암물질과 독성 화학물질은 몸 안의 조직 손상과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면역력과 인체 활력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여러 해 담배를 피운 흡연자는 당장 담배를 끊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