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으로 목 누른 경찰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의 ‘울부짖음’, 미국이 분노

<뉴스 이슈>

미네아폴리스 수천명 격렬 시위, LA등 확산

방화, 약탈등 유혈 폭동사태…주방위군 투입

“숨을 쉴 수 없다. 제발! 제발!(I can’t breathe. Please! Please!)”

미국 백인 경찰의 무릎 밑에 깔린 채 내뱉은 흑인 남성의 외침이 미국 전역을 흔들어 놓고 있다.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의 여파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발원지인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쏟아져 나왔다. 르브론 제임스 등 유명 흑인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도 앞다퉈 SNS에 분노를 표출했다. 정치적 앙숙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번엔 한목소리로 유감을 표했다.

과잉진압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이 즉각 해임되고, 연방수사국(FBI)과 미네소타주 형사체포국(BCA), 법무부까지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흑인사회의 분노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니애폴리스 곳곳에는 26, 27일 이틀 연속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손에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Justice for George Floyd)’ 등이 적힌 팻말이 들려있었다.

시위대는 경찰서에 돌을 집어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 진압에 나섰다. 시위는 이내 유혈 폭동 사태로 변했다. 성난 군중은 인근 대형마트인 타깃(Target) 등 상점의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해 물건을 약탈했고, 시위대가 휩쓸고 간 매장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가 됐다.

인근 전당포에서는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전당포 주인이 약탈 시위대에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화도 30여건이나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대형 건축물 공사 현장은 밤사이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가와 상점, 차량도 불길에 휩싸였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주 방위군 출동을 요청했고, 월즈 주지사 측은 이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프레이 시장은 “비극이 더 많은 비극을 불러와선 안 된다”며 시위대의 진정을 당부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폭력 시위는 시카고 등 다른 주요도시들로 번졌다. LA에서는 전날 수백명 시위대가 프리웨이를 막고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경찰 순찰대 차량 유리를 박살 냈다.

플로이드의 유족은 미니애폴리스 경찰 당국의 부검에 반대하며 독립적인 부검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살인죄로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FBI와 법무부에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며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