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혼인증명서 있어야 ‘난자 냉동’ 허가” 규정에 미혼 여성들 강력 반발

중국

거부당한 미혼녀 병원 제소 계기 불만 폭발

“아무 조건없는 남성과 차별…법 뜯어고쳐야”

중국 정부가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중국에서 남성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정자를 자유롭게 냉동할 수 있으나, 여성은 결혼 후 혼인증명서와 신분증, 출생증명서를 지참해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 여성이 난자 냉동을 거부한 병원을 고소한 것을 기점으로 웨이보 등 SNS에는 '난자 냉동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웨이보에는 '난자 냉동'이 500만 건이 넘는 검색 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난자 냉동 거부 병원을 고소한 여성 쉬자오자오(31)의 주장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최고권력기관)에 상정돼야 한다는 글이 확산되면서다.

쉬자오자오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수도의학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자신의 난자 냉동을 신청했다 거부당했다. 이유는 미혼이었기 때문이었다.

쉬자오자오는 법원에 병원을 고소하며 "아무 조건 없이 정자를 냉동할 수 있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선택권이 통제된 것은 불공평하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이고 성차별적인 중국 내의 풍조가 여성에게만 지나친 멍에를 씌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난자 냉동'은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지만, 당장은 실현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난소의 기능은 35세를 기점으로 서서히 쇠퇴하기 때문에 젊을 때 난자를 얼린 후 아이를 갖고 싶을 때 해동해 사용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배우자가 없는 미혼 여성들의 난자 냉동이 금지돼 있다. 중국 정부는 산아 제한 정책과 난자 암시장 활성화 등을 이유로 미혼 여성들이 난자를 냉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배우자가 없는 중국 여성들은 해외로 '원정 냉동'에 나선다. 2013년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와의 열애설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여배우 쉬징레이가 미국에서 난자 9개를 냉동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여성들은 '내 몸은 내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부당하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웨이보에도 '국가는 여성의 출산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글이 수천 건 이상 게시됐다. 한 중국 누리꾼은 "배우자가 있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나. 이혼했거나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기본적인 권리도 가질 수 없는 건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