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자화장실 몰카범이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알려져 충격이 배가 됐다.

최근 서울시 영등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S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2일 용의자 A씨가 직접 본인이 설치했다고 자수했다. 그러나 A씨가 KBS 32 공채 개그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은 배가 됐다.

연구동은 주로 ‘개그콘서트’에 출연중인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연습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데, 결국 피의자는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에 대한 몰카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몰카가 발견된 날인 지난달 29일 역시도 출연자들이 연습을 위해 연구동에 모인 상황이었다.

특히 이날 연습은 3일 진행된 ‘개그콘서트’의 마지막 녹화에 대한 연습이었기에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부진 등의 이유로 이날을 마지막으로 잠정 휴식에 들어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폐지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개그맨들에게 이번 녹화는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녹화를 앞두고 ‘몰카 발견’이라는 악재가 발생하면서 찬물을 끼얹게 됐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녹화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온라인상에는 용의자의 신상을 두고 무성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32기 공채 개그맨들이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한 개그맨이 특정됐다. 해당 개그맨은 현재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듯 관심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어떻게 동료들에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의 대처도 비판 받고 있다. 몰카가 발견됐을 당시 “직원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던 KBS지만 결국 공채 출신 개그맨이었다. KBS의 논리는 공채 합격자들은 1년간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이후로는 프리랜서 개념이기에 2018년에 합격한 A씨는 KBS의 직원은 아니라는 것. 맞는 말일 수 있지만, A씨는 최근까지도 ‘개그콘서트’에 출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KBS의 꼬리 자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KBS는 뒤늦게 “KBS는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 대중의 웃음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개그맨들까지 모두 매도당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A씨가 저지른 일은 ‘개그콘서트’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에 찬물을 얹은 격이 됐다. 20년간 대중의 웃음을 책임져 온 이들의 노력까지 얼룩져 버렸다.

한편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작업하고 있으며, 이후 재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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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