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대출금 회수·비자 정지 등 거론…부작용 가능성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보복 조치할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그간 일본 언론의 보도와 외교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집권 자민당은 일본 기업 자산이 강제 매각되는 경우 맞대응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일본 기업의 한국 대출금 회수, 비자 발급 중단,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인하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각료가 공개적으로 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적도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작년 3월 12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서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 정지라든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비자 발급 정지라든가 여러 가지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 발매된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과의 무역을 재검토하거나 금융 제재에 착수할 수 있다며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경제가) 피폐해질 것"이라고 압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거론하는 조치를 일본 정부가 섣불리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판결에 따른 자산 매각을 이유로 관세를 올리는 것은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사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사법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 온 일본이 국제법을 어겼다는 논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

일본은 올해 3월 초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필요하다며 한국에 대해 비자 효력 정지를 적용하고 있다.

형식상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서 비자 중단이 새로운 카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출금 회수 등은 일본 기업의 경영 판단 등의 변수가 있어 일본 정부의 판단만으로 이뤄질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앞서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단행한 수출 규제가 일본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고 한국이 WTO에 제소하면서 국제문제가 된 전례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로서도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일 외교 소식통은 "국제법상 가장 어려움이 없다고 본 것이 이른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인데 그것도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며 "(보복 카드를) 섣불리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보복 조치를 감행하는 것은 일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법원이 보낸 서류 송달을 거부한 일본 정부는 비슷한 방식으로 시간 끌기를 하면서 한국이 해법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