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플로이드 사망 ‘인종차별 시위’ 확산에 튄 불똥

이슈진단

HBO맥스 영화 스트리밍 목록서 삭제 결정

흑인 노예·하녀 등 폄하…인종적 편견 묘사"

미국에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 확산으로 인종차별과 연관된 역사적 상징물들이 퇴출당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청산 대상이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스트리밍서비스 HBO 맥스는 9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유 콘텐츠 목록에서 삭제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 남북전쟁 당시 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 스칼릿 오하라(비비언 리)와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의 고난과 사랑을 다룬 1939년 작품이다. 당시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쓸었다.

하지만 영화 장면 중 오하라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흑인 노예들의 모습이나 주인집 아가씨에게 시중을 드는 흑인 하녀의 모습이 흑인 노예를 폄하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대는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떨어져서 별실에 혼자 참석했을 정도다.

HBO 맥스 측은 성명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당시 미국 사회에 흔했던 윤리적, 인종적 편견 일부가 묘사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인종차별적 묘사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틀린 것이며, 이에 대한 규탄과 설명 없이 해당 영화를 방영 목록에 두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HBO 맥스 측은 추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역사적 맥락에 관한 설명과 함께 콘텐츠 목록에 복귀시킬 것이지만, 영화에 별도의 편집을 가하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영화 '노예 12년'의 각본을 작성한 영화감독 존 리들리는 전날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이 영화는 인종차별 관행의 참상을 무시하며, 그러지 않을 땐 흑인에 관한 가장 고통스러운 선입견을 영구화할 뿐"이라고 비난, HBO에 삭제를 요구했다.


TV리얼리티쇼 '캅스’

제작·방영 전격 취소


한편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패러마운트네트워크는 현직 경찰관과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캅스'의 제작과 향후 방영을 취소했다. 1000회 넘게 방영되며 편당 47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경찰관을 멋지고 영웅적인 사람으로만 미화한다는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