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 기소…"동성애 찬성·동조행위"

'양심의 자유' 침해 논란…이 목사 "성소수자 축복 기소는 시대착오 발상" 반발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퀴어 문화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복했던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넘겨졌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개신교계에서도 목사가 동성애 옹호 문제로 재판에 회부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놓고 교계 내 찬반 논란이 거센 터라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경기연회에 따르면 앞선 17일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작년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나선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39) 목사를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

당시 이 목사는 다른 두 개신교단의 임모 목사, 김모 신부와 함께 성소수자 교인, 행사 참가자들에게 축복한다는 의미로 꽃잎을 뿌렸다.

기감 교단 헌법으로 볼 수 있는 '교리와장정' 재판법은 범과(犯過·잘못을 저지름) 중 하나로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교역자는 정직, 면직 또는 출교 등 중징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교단 내 다른 연회 구성원들이 퀴어축제에서 있었던 이 목사 행위를 문제 삼았고, 이를 접한 경기연회 심사위원회 등에서 조사과정을 거쳐 그를 재판에 넘겼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 위원장 진모 목사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 목사의 행위는 교리와장정이 (잘못으로) 정한 '동성애 찬성 내지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해 기소하기로 했다"며 "이 목사가 조사 과정에서 '조심하겠다'든지 했으면 (기소없이) 쉽게 끝났을 텐데, 그러지 않아 기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목사 기소를 두고는 교계 내부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교회법에 따라 기소했다는 교단의 설명과 달리 동성애 동조 행위를 죄로 보고서 처벌토록 한 법령 자체가 목회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목사와 함께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했던 임 목사와 김 신부는 이 목사와 달리 소속 교단에서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2015년 교리와장정의 동성애 관련 규정이 교단 내에서 별다른 공개 논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목사는 교단의 재판 기소를 두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목사가 누군가에게 축복기도를 해 준 것이 처벌을 받을 일인지 모르겠다"며 "우리 사회 약자인 성 소수자들을 축복했다고 처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교회 안에서 성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일이 많은데, 제 사건을 통해 교회가 각성하고 회개하는 과정을 거쳐 변화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기감 교단의 재판은 2심제다. 아직 첫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향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기소 시점에서 2개월 이내에 이 목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내야 한다. 당사자가 1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2심 재판이 열리게 된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