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가도 비상걸린 트럼프 '진보진영, 언론' 맹공 바이든 "인종차별 근절은 건국이념"

트럼프 "급진좌파가 우리역사 지우고 아이들 세뇌"

바이든 "독립정신을 온전히 이룩하도록 헌신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국의 역사를 수호하겠다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촉발된 진보진영과 언론의 과거사 청산 움직임을 맹공했다.

전날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전야 불꽃놀이 행사에서 한 연설의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며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리자 독립기념일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연설에 나서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고 운을 뗐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비롯해 노예제 옹호 등의 전력이 있는 인물에 대한 동상 파괴 시도를 싸잡아 급진 좌파 등으로 묶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하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놔두지 않겠다"면서 "1492년 콜럼버스의 미국 발견으로 시작된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가 짐이 아니라며 미국의 영웅들을 내던지지 않고 기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등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된 역사적 인물을 줄줄이 거론했는데 흑인 지지층을 의식한 듯 민권운동의 상징 마틴 루서 킹 목사도 함께 언급했다.

주류 언론을 겨냥해서는 "나를 비방할 뿐 아니라 미국인을, 미국을 위해 삶을 바친 각 세대의 영웅들을 비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겨냥해 "우리의 역사를 말살하고 우리의 영웅을 훼손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이라고 비난, 통합보다는 분열에 방점을 찍은 연설을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일 독립기념일을 맞이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인종차별을 근절해 미국의 건국이념을 완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영상 축사에서 "미국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의 근원을 제거할 기회를 맞았다"며 "그동안 주류에서 밀려나고, 죄악시되고, 억압받은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스다코타 러시모어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역사적 인물들의 기념물을 훼손하며 미국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후 하루 만에 나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창조됐지만 이를 반드시 지키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단지 독립기념이라는 말만 축하할 게 아니라 그 정신을 온전히 이룩하도록 헌신하자"고 당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독립기념일 메시지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극좌세력의 국익 훼손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립기념일 축사에 대해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병약한 국민이나 실업자, 헌법, 군인 등은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러한 분열의 대통령 때문에 미국 전체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