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 치료 못하지만 돈은 많아…부자 증세가 불평등 해결 해법"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이 각국 정부에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둘 것을 촉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전 세계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부자 과세를 통해 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른바 '슈퍼-리치'(super-rich) 83명은 이날 공동서한을 통해 "정부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당장, 상당히, 영구적으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월트 디즈니 공동 창업자인 로이 올리버 디즈니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Ben and Jerry's ice cream) 공동 창업자 제리 그린필드,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웨어하우스 그룹 창업자 스티븐 틴달, 영국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인 리처드 커티스, 아일랜드 벤처 투자가인 존 오패럴 등이 서명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와 같은 백만장자들은 세계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갖게 됐다"면서 "우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지도, 이들을 병원으로 옮기지도, 식료품 가게 선반을 채우거나 배달하지도 못하지만 돈이, 그것도 아주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세계가 이번 위기에서 회복하면서 돈은 지금 가장 필요하며, 앞으로 수년간 계속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 지도자들은 필요한 돈을 거둬 공정하게 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글로벌 전쟁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빚이 있다"면서 "필수 인력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임무에 비해 극도로 적게 돈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글로벌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부자에 대한 증세와 국제적 조세 투명성이 실행가능한 장기 해법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한은 주말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공개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슈퍼-리치'의 공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 부호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와 관련해 1억 달러(약 1천200억원)를 기부했지만 이는 그의 추정 재산의 0.1%에도 못미친다.

현재 전 세계에 재산이 3천만 달러(약 360억원)가 넘는 '초-부자'(ultra-wealthy)는 5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