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를 선언한 '천재 소녀' 김효주(25.롯데)가 또 벙커에 울었다.
김효주는 12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스톤게이트CC 게이트, 스톤코스(파72.6491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총상금 10억원) 2라운드 종료 후 규정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았다. 전날 벙커에서 벌타 드롭한 상황이 뒤늦게 규정 위반인 것을 인지한 KLPGA 경기위원회측이 본인과 동반자들의 의견을 들어 규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1일 1라운드 5번홀(파5)에서 김효주의 두번째 샷이 그린 주변 벙커로 향했다. 공이 벙커 턱 인근에 박혀 플레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효주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1벌타를 받은 뒤 후방선 구제를 받고 공을 드롭했고, 당시에는 제재없이 네 번째 샷을 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경우는 기준점으로부터 한 클럽 길이 이내에 볼을 떨어 뜨려야 한다. 그러나 김효주는 두 클럽 거리에 볼 드롭한 뒤 샷을 했다. 골프규칙 14.7에는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할 경우 2벌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12일 브리핑에서 "관련 사실을 언론을 통해 인지한 뒤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 김효주와 1라운드 동반자들의 얘기를 들은 뒤 선수들 모두 규정을 잘못 알고 있었던데다 동반자들이 규정위반을 인지하지 못해 실격처분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규칙에는 '선수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에 자신이 1벌타 이상 벌타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페널티를 누락해 한 홀 이상 홀 스코어가 실제 스코어보다 낮으면 선수가 실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돼 있다. 김효주는 "한 클럽이 아닌 두 클럽인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벙커와 악연은 지난해 7월 프랑스 에비앙레뱅에 위치한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치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떠올리게 한다. 13번홀까지 1타차 선두를 달리며 순항하던 김효주는 14번홀(파3) 티샷이 그린 우측 벙커에 빠졌다. 이날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공이 벙커와 잔디 경계부근에 깊이 박혔는데, 김효주는 언플레이어블 선언 대신 샷을 선택했고, 탈출에 실패했다.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지난 2016년 바하마클래식에서 우승을 따낸 뒤 침체기로 접어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은 골프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