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전 속구 평균 구속 141.5㎞ 기록
주무기 체인지업 등 변화구 위력도 반감
지난해 구속 145㎞ 회복해야 부진 탈출

 지난 시즌 최고의 기량으로 8000만 달러(952억8000만 원)의 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린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은 뒤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8월24일(한국 시간) 뉴욕 양키스(4.1이닝 7실점), 8월30일 애리조나(4.2이닝 7실점), 9월5일 콜로라도 로키스(4.1이닝 3실점)전 이후 처음이다.
 7월25일 탬파베이 레이스 4.2이닝 3실점 부진은 서머캠프 기간이 짧아 개막전 준비가 덜 됐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다. 그러나 3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은 핑계를 댈 수 없는 에이스의 치욕이다. 대박 계약을 주도한 프런트 간부들과 찰리 몬토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탬파베이전은 제구가 흔들렸다. 지난 시즌의 송곳 컨트롤이 실종돼 4.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3개 허용했다. 워싱턴전은 4.1이닝 동안 볼넷 1개를 내줬을뿐이다. 제구 탓으로 돌릴 수 없다.
 토론토 데뷔 2경기 연속 부진의 원인은 구속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구속 저하를 느꼈다"고 했을 정도로 속구 스피드는 전혀 위력이 없었다. 워싱턴전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1.5km(88마일)에 불과했다. 최고 구속은 146km(91마일)로 2개 측정됐다.
 류현진은 위기를 강속구로 탈출하는 파워피처가 아니다. 속구와 체인지업, 컷패스트, 커브 등 완급조절로 타자의 밸런스를 흐뜨려 놓는 스타일의 투수다. 그렇지만 이런 구종들의 레퍼토리가 살아나려면 속구의 구속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워싱턴전에서는 커터와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했다. 본인이 토로했을 정도로 속구 구속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천하의 기교파 투수도 속구 평균 구속은 리그 평균 언저리에서 유지돼야 선발 투수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투구와 타구 속도를 측정하는 스탯캐스트(statcast)에 따르면 2020년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의 속구 평균 구속은 149km(92.6마일)다.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보다 3km(1.9마일)정도 빠르다.
 2019시즌 류현진의 속구 평균 구속은 145, 146km(90, 91마일)대였다. 가끔 150km(93마일)의 속구도 뿌려 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8년 동안 현장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봤을 때 속구의 평균 구속이 145km,146km정도를 유지하면 마운드를 지배했다. 그러나 141km, 142km로 떨어지면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속구 구속 2, 3km의 차이가 타자를 요리하거나 통타당하는 기준인 셈이다.
 토론토에서의 3번째 등판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저스 때의 구위 회복이 시급하다.
LA | 문상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