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국장 가능성 시사 논란…일각선 11월 대선 앞둔 트럼프 강행 의도 의심

뉴스진단
스티브 한 국장 "정치적 결정은 배제할 것"
파우치 "백신 효능 검증전 승인 원치 않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3상 임상시험을 완전히 마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승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 백신 사용에 힘을 쏟는 가운데, FDA가 직접 승인 가능성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을 높이기 위해 절차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미국에선 현재 3개 백신이 3상 단계를 거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승인과 관련해 현재 논의되는 것은 긴급 사용에 한해서다.

한 국장은 "정식 승인과는 다르다"면서 "긴급사용 승인은 법적·의학적·과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그 편익이 위험성을 능가해야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적 결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백신은 일반적으로 3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충분히 검증한다. 승인은 이후 이뤄진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백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상 3상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승인하는 국가들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11일 러시아에선 3상에 돌입하기 전 단계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세계 최초로 사용 승인했다. 중국에서도 이미 지난 7월부터 의료진 등 코로나19 고위험 직군의 사람에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러시아와 중국이 먼저 백신 승인을 강행하자 초조함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24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빠르면 9월 말쯤, 3상을 마치지 않은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NYT 보도가 나온 이튿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백신의 효능을 검증하기 전에 긴급 사용을 승인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백신이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있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