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위기 속 몸 사리지 않는 자세로 침착한 대응…'코로나 전사'·'영웅' 등 평가
보건 분야 25년간 몸담은 전문가, 첫 여성 본부장 이어 1호 청장 올라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8일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으로 내정된 정은경(55) 질병관리본부장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선봉에 선 '방역 사령관'으로 잘 알려졌다.

이른바 K-방역이 국내외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정 신임 청장이 향후 질병관리청의 수장을 맡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사태를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번 임명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신임 청장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지금껏 환자 현황 정례브리핑을 도맡아 진행하면서, 신뢰감을 주는 설명을 통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거론할 때마다 함께 연상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초유의 방역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침착함과 전문성뿐 아니라 몸을 사리지 않는 공직자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정 청장은 지난 2∼3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여파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는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로 유명하다.

또 기자들이 코로나19 대응에 꼬박 하루를 보내는 정 청장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자, "1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담담하게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태원 클럽발(發) 확산, 최근 수도권 유행 등 수차례 코로나19 대응에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국가적 방역 정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깊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 전사'와 같은 별칭이 붙는 것도 방역 최선봉에서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는 정 신임 청장의 모습 때문으로 여겨진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꼼꼼하다', '방역·국가 보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정 신임 청장을 코로나19 대책을 이끄는 한국의 '영웅'이라고 소개하는 등 외신에서도 조명하는 인물이다.

정 신임 청장은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등에서 25년간 일해 온 감염병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같은 학교에서 보건학 석사,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는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 들어와 복지부 만성질환과장,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위기관리에 앞장섰지만 당시 사태 확산의 책임을 지고 당시 양병국 본부장 등 8명과 함께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임명돼 '첫 여성 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을 쥐었다.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시절에도 여성 수장은 없었다.

질병관리청의 승격 과정에서 조직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공고한 위상을 갖게 된 점 역시 정 신임 청장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바탕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올해 6월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당초 정부의 방안을 두고 '무늬만 승격' 등의 논란이 일어났고, 결국 국립보건연구원의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를 거쳐 질병관리청에 남았다.

이 같은 조치가 결국 질병관리청을 이끌어 갈 정 신임 청장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