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산불 공포감…"종말이 다가온 듯 적색 하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 서부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번지면서 지금까지 7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잿가루와 연기가 수백㎞ 떨어진 도심으로도 밀려들면서, 마치 '붉은 행성' 화성의 이미지처럼 대낮에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땅에는 잿더미가 쌓였다.

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 서부 해안가의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3개 주(州)에서 산불로 숨진 희생자가 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주 북부 오커나건 카운티에서는 한 가족이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1살 아기가 숨지고 부모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오리건주에서는 세일럼 시내 차량에서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포함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현재 미 서부에서 진행 중인 대형 산불은 85건이 넘는 것으로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는 집계했다.

특히 산불로 솟구친 연기와 잿가루가 강한 바람을 타고 해안가로 밀려들면서 도심에서까지 잿가루가 흩날리고 대낮에도 하늘이 붉게 물들거나 어둡게 뒤덮이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는 산불로 치솟은 연기가 200마일(322㎞) 거리까지 밀려오면서 낮에도 하늘이 "녹물이 든 듯"한 붉은 색으로 변했으며 주민들은 어둠 속에 전등을 켜고 지낸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오리건주 세일럼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종말이 다가온 듯한 적색 하늘"이 목격됐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주민들도 소셜미디어 등에 속속 목격담을 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인 스네하 파틸은 낮 12시 20분인데도 주택가 하늘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든 사진을 올리고는 "마치 화성에서 눈을 뜬 듯한 기분"이라고 적었다.

오클랜드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마야 메소리아노는 오전 9시 45분께 하늘이 시뻘겋게 변한 사진을 올리고는 "오늘은 가게 문을 닫습니다. 모두 안전하시길"이라고 썼다.

이 같은 '오렌지 하늘' 현상은 연기와 잿가루가 대기를 뒤덮으면서 햇빛 중 녹색과 청색은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적색과 황색만 대기를 통과해 땅에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기상 전문가인 저드슨 존스는 말했다.

그는 "대기를 뒤덮은 입자 녹색과 청색이 차단되면서 하늘이 마치 일출이나 일몰처럼 보이게 된다"면서 "산불에 가까이 갈수록 햇빛이 대기를 전혀 통과하지 못해 한밤중처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