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주최측, 개천절에도 1천명 규모 서울 도심집회 신고

정부 "불법 집회 강행시 현장검거…법상 단순 참가자도 처벌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내달 3일 '개천절 집회'를 놓고 보수단체와 정부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단체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개천절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제해산·현장검거 등 강력 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개천절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한 고리가 됐던 '광복절 집회'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자유민주국민운동 등 지난달 광복절 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8·15 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3일 종로구 세종로소공원 앞 인도 및 3개 차로에 1천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정부의 최근 집회금지 조치에 대해 "국민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기본권을 짓밟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 전원이 앞뒤 2m 간격을 유지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해 개천절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등 야당과 전광훈 목사를 대표로 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이 광화문광장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광화문 남측광장에서 서울역 인근까지 약 2.1㎞ 구간에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은 약 300만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규모 개천절 집회가 열릴 경우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면서 자칫 이제 겨우 한풀 꺾인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는 우려 하에 10인 이상 집회 금지 등 강력 대응 원칙을 수차례 밝힌 상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총괄대변인(보건복지부 1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규모 집회는 전국에서 다수가 밀집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침방울(비말) 배출이 많아 감염 확산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집회를 강행할 경우 신속하게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불법행위자는 현장 검거와 채증을 통해 예외 없이 엄중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집회 주최자뿐 아니라 참가자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며 "불법집회 강행 시 적정 수단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개천절 당일 서울 시내에 신고된 집회는 현재까지 총 435건이다. 이 가운데 집회 참석 인원이 10인 이상이거나 종로 등 집회 금지 지역에 신고한 집회 87건에 대해서는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정부는 10인 미만 집회의 경우에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광복절 도심 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이날 정오 기준으로 4명이 추가돼 585명이 됐다.

이중 집회 직접 관련자가 216명이고, 접촉을 통한 추가 감염자는 321명이다. 나머지는 집회 대책에 투입된 경찰 8명, 조사 중 인원 40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26명, 경기 129명, 인천 18명 등 수도권이 273명이고, 비수도권은 312명이다.

질본관리청장인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대규모 모임이나 집회, 사람 간 접촉 자제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며 사람 간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