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자라 요리'로 몸보신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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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아시아대왕자라' 요리 사진 공유
환경 단체 등서 맹비난…곧바로 사과문

한국계 호주 대사가 멸종위기 자라 요리를 먹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16일 호주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주재 호주 대사인 강모씨(45)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대왕자라와 장어로 만든 요리 사진을 공유했다. 이후 환경전문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모범이 돼야 할 외교관이 멸종위기 자라로 만든 요리를 먹은 것도 모자라 이를 자랑하듯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지적이었다.

강 대사가 먹은 아시아대왕자라(칸토어 자이언트 거북, Pelochelys cantorii)는 200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EN)종이다. 2003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춰 사실상 절멸된 것으로 간주했으나, 2007년과 2017년 메콩강에서 재발견되면서 복원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별개로 자라의 연한 등껍질을 별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복원의 걸림돌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민물 자라를 몸보신에 좋은 최고급 식재료로 꼽는다. 인식의 전환 없이는 복원 노력이 수포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 대사의 '인증 사진'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환경단체인 생물종보존네트워크(SSN) 이사 아담 로버트는 "결과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야생동물 불법 거래를 부추긴 책임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야생동물보호논란이 일자 강 대사는 다음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관련 사진을 삭제한 강 대사는 "고급 요리를 자랑하려는 목적은 없었다. 그저 지방 출장에서 대접받은 요리 중 몇 가지를 알리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앞으로 행동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1960년대 대한민국 서울에서 호주 시드니로 이주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2012년 아랍에미리트 주재 호주 대사를 거쳐 2019년 캄보디아 주재 호주 대사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