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빼어난 성적 외에도 빠른 투구 템포로 눈길을 끌고 있다. 포수로부터 공을 건네받자 마자 곧바로 투구하는 이른바 '업템포' 투구로 세인트루이스 동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업템포 투구는 야수들의 집중력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리듬감을 유지할 수 있어 타구에 경쾌하게 반응할 수 있다. 수비에서 가벼운 몸놀림은 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팬 입장에서는 경기 시간이 빨라지니 나쁠게 없다. 야구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빨리 던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업템포 투구를 할 수는 없다. 키움 손혁 감독은 "여러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막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투구 리듬을 당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충분한 훈련으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손 감독은 "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할 때 투수 스스로 템포를 빠르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펜피칭은 정해진 투구수가 있는데, 업템포를 위해 제한시간을 두는 방식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투구수 50개를 8분 안에 소화하라는 식으로 미션을 주는 방식이다. 투구수만 정하고 던질 때에는 투수 스스로 상황을 설정해 볼배합을 해가며 구위를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식에 익숙해지면, 정해진 시간 안에 개수와 볼배합을 모두 소화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리듬감을 익힐 수 있다.
충분한 훈련이 됐다면 실전에서 적용해봐야 한다. 손 감독은 "공 하나를 던질 때 다음 구종과 코스를 미리 생각해야 업템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구를 바깥쪽 포심패스트볼로 설정했다면, 2구째를 인-하이로 던질지, 같은 코스에 하나 더 던질지 등을 미리 생각한다는 뜻이다.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숙지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손 감독은 "포수도 타자를 분석하지만, 투수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배합 주도권은 일반적인 경우 포수가 갖는다. 타자와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노림수 등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야디에르 몰리나와 호흡을 맞추는 김광현이 비현실적으로 빠른 투구 템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김광현은 "몰리나는 신인 시절 박경완 선배님(현 SK 감독대행)을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인상을 준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배터리 호흡은 업템포 투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다. 토론토로 둥지를 옮긴 류현진(33)이 LA다저스 시절보다 사인 교환 시간이 긴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포수가 투수의 성향, 구종별 특성 등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사인 교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도 "대니 잰슨을 포함한 포수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성향을 공유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스프링캠프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탓에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손 감독은 "호흡을 맞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면, 경기 도중 대화로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타자와 승부하는 동료 투수의 볼배합을 보면서 '나라면 어떤 구종을 어디에 던졌을까'를 투포수가 대화로 풀어보는 방식이다. 일치할 때도 있지만 이견도 있다. 이견이 생겼을 때 서로 어떤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손 감독은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타이밍 싸움이다. 투수가 업템포로 투구하면 타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호흡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다. 투구는 빠르게 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류현진, 김광현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최고 무대인 빅리그에서 적용하고 있다. 완성형 투수로 불리는 이유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