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듀오' 동반 선발 출전했지만… 둘 다 웃지 못해

●토론토 류현진= 오늘 동료가 선취점을 내줬는데, 바로 내가 실점한 바람에 가장 안 좋은 상황이 됐다. 5회가 가장 아쉬웠다. 하위 타순과 대결이었는데 선두 타자(6번)에게 장타를 허용했다. 타선이 점수를 낸 뒤 곧바로 그 이닝에서 실점하면 분위기가 반대로 돌아간다. 오늘은 (투구패턴은)준비한 대로 잘 이뤄져 (경기 중 결정구종 선택에서)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다. 커브와 컷 패스트볼이 효과적이어서 초반에 삼진도 잡고, 약한 타구를 많이 유도할 수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1회 홈런을 내준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실점은 없을 것이다'고 긍정적인 생각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려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오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00개 이상을 던졌는데 KBO에서도 110개 미만으로 던져왔다. 경기 후 휴식 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전혀 무리될 건 없다. 매 경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정말 중요한데 동료들이 잘해줘서 기분이 좋다. 강판된 후 덕아웃에서 아이싱하면서 계속 응원했다.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류현진 하퍼와 승부서 기습 몸쪽 공 등 호투했지만
5회 실투 하나로 불운 시작돼… 더블플레이 실패 등
"동료들 선취점 내줬는데 실점, 5회 가장 아쉬웠다"

때로는 운이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진다. 그만큼 야구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투수가 아무리 땅볼 타구를 유도해도 공이 절묘하게 내야진을 넘어가면 안타가 된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3)이 5회말 불운의 코스 안타로 아쉬움을 삼켰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원정경기에서 99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6안타 8탈삼진 1볼넷 2실점했다. 시즌 5승에는 실패했고 2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3.00을 유지했다. 토론토는 1-3으로 필라델피아에 패하며 6연패에 빠졌다. 어떻게든 류현진이 승리로 이끄는 호투를 펼쳐야 하는 경기였다.
단 한 이닝, 5회말이 문제였다. 류현진은 5회말을 제외하면 늘 그랬듯 다채로운 볼배합과 정교한 코너워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초반에는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3회말 '3억 달러 사나이' 브라이스 하퍼와 승부는 이날 류현진 투구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해부터 바깥쪽 공 공략에 애를 먹고 있는 하퍼에 맞서 아웃코스 위주의 볼배합을 펼치다가 6구 체인지업을 몸쪽으로 절묘하게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류현진의 영리함과 정교함, 그리고 배짱을 두루 엿볼 수 있는 투구였다.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체인지업이 실투가 될 경우 장타 혹은 몸에 맞는 볼로 연결된다. 타자 입장에서도 예상하기 힘든 공인데 하퍼는 이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가 삼진을 당했다. 이후 하퍼는 멍한 표정으로 류현진을 바라본 후 고개를 흔들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쉬움은 실투 하나로 인해 시작됐다. 류현진은 5회말 선두타자 제이 브루스에게 가운데 몰린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2루타를 맞았고, 앤드류 냅의 노림수에 당해 좌전안타를 내줬다. 아담 헨슬러와 앤드류 매커친의 타구는 약했지만 코스가 절묘해 안타가 됐고 2실점하고 말았다.

윤세호기자

김광현 '업템포 투구' 리듬 흐트러지자 … 6피안타
피츠버그 타자들, 타석 자주 벗어나며 타이밍 뺏어
패턴 변화 필요성 절감 … 비자책 깨졌지만 패 면해

"타자들이 타임을 거는 모습도 봤고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하는 것도 봤다.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패전 위기를 벗어난 것 이상의 소득이다. '스마일 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한 뒤 패턴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지만 "내가 조금 더 연구했어야 했다"는 말로 배운 게 많은 경기였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광현은 20일(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1이닝 6안타(2홈런) 4실점으로 부진했다. 1회와 3회 홈런 두 방을 허용한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6회말 선두타자 케브라이언 헤이즈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준 뒤 빗맞은 내야안타와 중전 적시타를 맞은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5.1이닝 동안 103개를 던진 김광현은 1회부터 타자 무릎 높이를 집중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판정(68개)도 많았지만 아슬아슬한 코스에 볼 판정을 받는 빈도도 높았다. 슬라이더 회전이 우타자 바깥쪽에 걸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포심이 컷패스트볼 형태로 같은 코스에 날아들면 볼 판정을 받았다. KBO나 메이저리그나 투수가 밟는 투수판 위치나 볼 회전에 따라 주심에게 착시를 준다는 사실도 김광현이 얻은 수확 중 하나다. 오히려 우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을 조금 더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단 한 개만 던졌다. 파울이 많았던 것은 낮게 던지는 것에만 집중한 영향이 커 보인다. 머리에 보호장비가 부착된 특수 모자를 쓴 탓에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수도 있지만, 타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리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