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두 명과 몸싸움 벌여…"총기 탈취하려 했다"

"흑인 살해 중단하라" 곳곳에서 항의 시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클레멘테에서 흑인 남성 노숙자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더욱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 NBC방송과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하루 전인 23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샌 클레멘테에서 발생했다.

오렌지 카운티의 경찰관(deputy sheriff) 두 명이 흑인 남성 노숙자인 쿠르트 안드라스 라인홀드(42)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쏜 총에 라인홀드가 맞아 숨졌다.

길 가던 시민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동영상에 따르면 경찰관들이 도로 한가운데를 걷던 라인홀드를 제지하려 했고, 언쟁에 이어 몸싸움으로 번졌다.

세 명이 바닥에 뒤얽힌 상황에서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인사의 "그(라인홀드)가 내 총을 가졌다"는 외침에 이어 두발의 총성 소리가 났다.

경찰관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라인홀드는 결국 사망했다.

라인홀드는 샌 클라멘테에 약 한달간 머물렀던 상황이었으며, 노숙자 보호소에 머물 것을 제안받았지만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렌지 카운티 경찰 당국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라인홀드가 경찰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거머쥐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라인홀드가 실제 권총을 손에 쥐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두 명의 경찰관과 라인홀드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인근 호텔의 보안 카메라에도 잡혔다.

오렌지 카운티 검찰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해당 경찰들은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샌 클레멘테에서는 24일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수십명의 시위대는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흑인 살해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해당 경찰들을 해임하고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 가운데 최소 5명은 체포됐다.

샌 클레멘테에는 시위 격화에 대비해 이날 밤 9시부터 야간 통금이 실시됐다.

한편 지난 3월에는 26세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가 자신의 집을 급습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이 사건에 대해 켄터키주 대배심에서 무죄 평결이 나오자 사건이 벌어진 루이빌은 물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도 동조 시위가 이어졌다.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