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오늘 선호도 조사 마무리…EU 몰표 받은 나이지리아 우세 전망

전체 회원국 합의 도출 남아…미국은 유명희 지지·중국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윤보람 기자 = 첫 한국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만들기 위한 승부처로 여겼던 유럽연합(EU)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사무총장 선출이 WTO 회원국 과반의 지지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체 회원국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남아있어 정부는 끝난 싸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가 지난 19일부터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진행해온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가 27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AFP 통신은 EU가 회원국 의견 수렴을 마쳤으며 이날 공개적으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 회원국들은 27표를 보유하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가가 79개국이라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EU 27개국을 더하면 과반이다.

한국에 불리한 양상이지만, 사무총장 선출에는 전체 회원국 합의가 필요하다.

통상 WTO는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도가 낮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하면서 회원국들이 한 명의 후보를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이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정치 게임이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유명희 본부장이 선호도 조사에서 더 적은 표를 받더라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강력히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으면 회원국 여론이 다시 유 본부장에게로 향할 수도 있다.

선출 작업을 관장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11월 7일까지 이 모든 과정을 마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아직까지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전 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합의 도출에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결국 나이지리아 후보를 선택했지만, 미국은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날 오전까지 아직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이해관계가 많아 나이지리아를 지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25전쟁 발언을 '역사 왜곡'이라고 지적한 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일본도 예상대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선호도 조사에서 다소 뒤처지더라도 마지막 남은 합의 도출 과정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정부는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지지 국가 숫자, 주요국의 지지강도 등 전체적인 판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컨센서스(의견일치) 도출을 위한 회원국 간 후속 협의에 최선을 다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