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감염 경로라는 각막, 증식 실험서 성공한 샘플 전무

미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츠'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인체 세포에 감염할 때 ACE2 수용체와 TMPRSS2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 효소)를 이용한다.

이들 두 효소의 발현 수위가 높다는 건 신종 코로나의 감염 경로가 될 위험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 감염 경로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HCA)' 프로젝트의 단일 세포 RNA 시퀀싱(유전자 서열 분석) 데이터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 비감염자의 폐, 비강, 눈, 장, 심장, 신장, 간 등 20여 개 조직의 샘플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ACE2와 TMPRSS2 두 효소의 발현 수위가 가장 높은 건 비강 점막의 배상세포와 섬모세포였고, 그다음이 눈의 각막 세포, 장의 점막 상피 세포 순이었다.

당시 연구진은 비강 다음으로 안구와 눈물관을 통해 신종 코로나가 침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추론과 배치되는 연구 결과를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이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각막에서 성장하거나 증식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이 대학의 조나단 마이너 분자 미생물학 조교수 연구팀의 관련 논문은 4일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인간과 생쥐의 각막 조직에 실험한 선행 연구에선 지카 바이러스가 눈물에서 전염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

그래서 연구팀은 인간과 생쥐의 각막 조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지카 바이러스 등에 노출한 뒤 바이러스의 성장과 증식이 이뤄지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을 진행한 기증자의 각막 조직 중 어느 것에서도 신종 코로나의 성장이나 증식은 관찰되지 않았다.

각막에서 발견된 인터페론 람다는 지카 바이러스와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효율적인 성장을 막았다.

하지만 인터페론 람다의 수치와 상관없이 신종 코로나는 각막에서 증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리 데이터를 보면 신종 코로나는 각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면서 각막 이식 등 안구 수술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밝혔다.

라옌드라 압테 안과학 석좌교수는 "우리가 실험한 각막은 모두 신종 코로나에 내성을 보였다"라면서 "하나 어디엔가 바이러스가 성장하는 각막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