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빨리 없애고, 장기간 항체 만드는 '면역 반응' 유형 확인

증상 나타나는 기간 평균 10일…저널 '셀'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얼마나 항체가 오래 가느냐 하는 것이다.

특정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체의 존재는 면역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이 잠정적 방어 항체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선 여러 선행 연구의 설명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보스턴 소재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 연구진이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증도가 '약함'과 '중간'에 해당하는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5명 중 1명꼴은 감염 후 수개월 간 항바이러스 항체를 생성한다는 게 요지다.

증상이 가벼운 나머지 환자는 대부분 회복 후에 항체 수치가 대폭 떨어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관련 논문은 3일(현지시간) 저널 '셀(Cell)'에 실렸다.

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렇게 항체를 유지한 회복 환자(sustainers)는 증상이 나타난 기간도 짧았다.

이는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더 빨리 회복한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고 더 오래 가는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의 드웨인 위즈만(Duane Wesemann) 류머티스학 면역학 부교수는 "신종 코로나에 작용하는 특이 항체 수준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환자들을 발견했다"라면서 "나중에 신종 코로나가 다시 들어왔을 때 추가적인 방어막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유형의 면역 반응은 보험에 드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보스턴 지역 주민 92명(입원 치료 5명 포함)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글로불린-G(IgG) 등 다양한 항체 수치를 측정했다.

또한 바이러스 특이적 IgG 수준을 여러 주에 걸쳐 유지한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나눠 임상적, 면역학적 데이터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의 약 20%는 3~4개월 동안 항바이러스 IgG 수치가 안정을 유지하거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의 환자는 같은 기간 이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증상이 나타난 기간도, 항체를 유지한 그룹(평균 10일)이 항체가 감소한 그룹(평균 16일)보다 훨씬 짧았다.

항체를 유지한 회복 환자는, 면역 기억에 깊숙이 관여하는 기억 T세포와 B세포 군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지원자가 대부분 보스턴에 거주하는 백인 성인 여성이라는 점을 한계로 인정했다.

아울러 모집군 규모를 늘리고 다양성을 높여 후속 연구를 하면, 무증상 환자나 중증 환자군에서도 유사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위즈만 교수는 "분석 자료를 보면 증상을 빨리 없앰으로써 바이러스는 잘 다룰 뿐 아니라, 항바이러스 IgG 항체를 더 장기간 생성하는 세포를 잘 만들어내는 면역 반응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