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 가장한 장난전화에 속아 국제관계를 논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일은 장난전화로 유명한 러시아 유튜버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일명 보반과 렉서스)가 트뤼도 총리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툰베리를 사칭한 이들이 트뤼도 총리에게 전화한 것은 지난 1월이다.

캐나다 시민 55명과 영주권자 30명 등이 탑승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가 격추된 직후다.

가짜 툰베리는 먼저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국제 위기와 전쟁 가능성 등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도 "지난 1주일 동안 많은 전화를 받았다"며 "세계 지도자들과 긴장 완화와 세계평화 등에 대해 대화했다"고 말했다.

가짜 툰베리는 이어 "전쟁을 하지 않고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며 "흑인·기독교인·무슬림·트럼프 대통령·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신과 나를 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짜 툰베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죽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트뤼도 총리는 다른 사람이 선택한 지도자와 함께 일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답변했다.

트뤼도 총리는 가짜 툰베리에게 2019년 기후 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기후 파업' 시위 당시 툰베리가 캐나다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총리가 대화 내용이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곧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당시에는 전 세계 수많은 지도자가 총리에게 연락하는 상황이어서 장난전화가 총리에게 연결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