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쓴 ‘기생충’ 주역들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5월 개봉한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천만 관객 돌파와 더불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 의미를 더했다.

이후 일년여가 넘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생충’의 기록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영화인들과 대중에게는 ‘해낼 수 있다’는 원동력이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주역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너무 강렬한 작품 덕에 오히려 주춤할 법도 하지만, 보란듯이 모두 각자의 영역과 위치에서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송강호는 최근 김민희와 함께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 배우 25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했다. 또 여자 배구팀을 다룬 스포츠 영화로 알려진 ‘1승’에 캐스팅됐다. 최근에는 대세들만 한다는 게임 광고 모델까지 발탁돼 승승장구 중이다. 이선균 역시 고심 끝에 차기작을 정하고 재난 액션 영화인 ‘사일런스’에 캐스팅돼, 크랭크인에 돌입했다.

‘기생충’으로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던 조여정은 KBS로 금의 환향을 앞뒀다. 그간 KBS2 ‘완벽한 아내’, ‘99억의 여자’ 등 유독 KBS 드라마와 연이 깊고 타율 역시 좋았던 조여정은 이번엔 KBS2 새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추리소설 작가로 분해 달콤살벌한 매력을 예고했다.

선배라인이 작품에 집중한다면 후배라인은 예능 출연에 박차를 가하며 대중과 친밀도 쌓기에 나섰다. 최우식은 앞서 tvN ‘여름방학’으로 한 소속사 식구인 정유미와 여름나기를 보여준 데 이어 방송을 앞둔 tvN ‘윤식당3’에도 합류해 절친 박서준과의 브로맨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중에서 비중을 떠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이정은과 장혜진은 ‘다작 요정’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이정은은 OCN ‘타인은 지옥이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한 번 다녀왔습니다’, 넷플릭스 ‘나 홀로 그대’, tvN ‘반의반’, 영화 ‘내가 죽던 날’에 이어 JTBC 새 드라마 ‘로스쿨’에 캐스팅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정은은 ‘내가 죽던 날’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오직 눈빛과 표정으로 일궈 낸 순천댁 역할은 동료 김혜수도 극찬할 정도였다.

장혜진은 tvN ‘사랑의 불시착’, ‘산후조리원’, JTBC ‘루왁인간’, KBS2 ‘계약우정’, ‘출사표’, 영화 ‘애비규환’에 이어 tvN ‘여신강림’에도 출연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활약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다작 속에서도 겹치는 캐릭터 없이 연기 스펙트럼을 펼쳤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주인공의 어머니였다가, 직접 주인공이 되기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경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우에게 있어서 인생작은 필모그래피에 빼 놓을 수 없는 영광이지만, 뛰어 넘어야 하는 또 다른 과제기도 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기생충’ 배우들은 고루고루 영화 이후로도 스스로의 필모그래피를 다양하게 쌓아가고 있는거 같다. 작품 속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닌 관객 역시 배우 그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더욱 ‘믿고 보는 배우’로 발돋움 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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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릴리스게임즈, KBS2, tvN,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