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블레이크, 어린 세 아들 앞 피격…총격 경찰 기소여부 임박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위스콘신주 동남부 소도시 커노샤에 500여 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되고 관공서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쳐지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69·민주)는 커노샤에서 작년 8월 발생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29) 총격 사건에 연루된 백인 경찰관 기소 여부 결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이날 주방위군 소집령을 발령했다.

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린 조치"라고 말했다.

주방위군 측은 "반발 시위 또는 폭동 재발 시 공공 안전을 지키기 위해 커노샤 경찰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커노샤 경찰도 "카운티 검찰이 블레이크에게 총을 쏜 러스틴 셰스키 등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3명의 기소 여부를 향후 두 주 내에 결정키로 함에 따라 안전 조처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사건 이후 정직 처분에 해당하는 행정 휴직 명령을 받았다.

커노샤의 존 안타라미안 시장과 대니얼 미스키니스 경찰청장은 "시위 구역 설정, 시내버스 노선 변경, 도로 폐쇄, 통금령, 바리케이드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운동가들과 블레이크의 가족은 "모두 나와서 검찰 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크게 내되,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면서 "파괴 행위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운동가 타냐 맥린은 "우리는 비폭력적인 시위를 할 것"이라며 "경찰 폭력에 항거하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블레이크의 여자친구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전 남자친구가 집에 무단침입, 약탈과 폭력을 행사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블레이크가 '멈춰서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타려 하자 7차례 총을 쐈다. 3발은 경고성 발포였으나 4발은 블레이크를 겨냥했고 마지막 한 발이 척추에 맞으며 그는 기절했다.

당시 미네소타주에서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흑인 사회가 격앙돼있는 가운데 블레이크의 차 안에는 어린 세 아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반발이 확산했다.

블레이크는 피격 직후 하반신 마비 증세를 겪었으나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해 현재 시카고 인근 재활센터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과 방화, 약탈로 격화됐고 자경단을 자처하는 일리노이주 10대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17)가 시위대와 대치하다 3차례 총을 쏴 2명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리튼하우스의 변호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결국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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