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은 코로나19의 창궐로 우리 삶에 큰 숙제를 남긴 한 해였다. 코로나 공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경제를 마비시키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채 빼앗아갔다. 그러나 피를 말리는 '코로나 사태'에 굴하지 않고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터를 지키며 하루하루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위기는 기회'다. 절망의 순간에서 오히려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그들의 빛나는 눈동자에서 '꿈'을 본다. 본보는 특별기획 '나의 삶 나의 직업'을 통해 2021년 신축년의 도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주>

나의 삶, 나의 직업

LA총영사관 관저 공식 요리사 '하세훈 셰프

외교부 심사·인터뷰 거쳐 채용, 7개월째 근무
1년 계약직, 출퇴근하며 관저 손님 요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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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방문객에 '한식의 맛과 멋' 제공 사명감
"경험살려 '한식 세계화' 앞장 1류 요리사 꿈"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남녀 구분없이 '요리'라고 하는 명제는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먹방의 확산에 힘입어 요리사(셰프)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직업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제 나이 27세.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한국의 한 청년이 미국으로 날라와 'LA총영사관 관저 공식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하세훈 셰프. 오늘도 관저 식당에서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서브할 음식 만드는데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사진·글=조한규 기자>

▣굳이 LA총영사관 관저 요리사를 지원한 계기가 뭔가.

-여러 요리사 선후배들이 이미 공관 관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익히 들어왔다. 평소에 제대로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꿈을 품고 있던 중 마침 외교부에서 채용공고가 나온 것을 보고 지원했고 심사 및 인터뷰를 통과해 지난 7월1일부로 채용돼 미국으로 왔다.

▣근무조건은 어떻게 되나.

-외교부와 1년 계약을 맺었다. 1년 마다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 예전 공관 요리사들은 공관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했는데 요즘은 따로 아파트를 얻어 살면서 출퇴근 근무다.

아파트 렌트비 및 보험 등을 보조받고 연봉은 한국 같은 나이 또래 직장인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다. 근무시간은 월~금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다. 주중 시간외 근무는 현지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고 근무한다.

▣관저 요리사로서 주안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요리를 대접해야 하는 상대가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다양한 국가, 종교, 식습관(앨러지 등), 연령 등에 따른 차별화를 통해 LA총영사관을 방문하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전통적인 한식의 맛과 멋을 소개할 수 있는 메뉴 및 코스를 만들어 음식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잘하는 음식은 뭔가.

-기본적으로 발효-숙성된 생선 및 고기 등을 재료로 한 음식에 자신있다. 외국인 방문객의 경우 메인 요리 및 반찬 등을 궁중음식 스타일로 풀어내 제공한다. 식재료들은 직접 한인마켓과 미국 마켓 등에서 신선한 것으로 구입하려고 노력한다. 보조원은 1명이다.

▣총영사 부부 식사도 요리하는가.

-관저 요리사는 총영사 부부의 일상식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총영사관 관저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식사를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관저 요리사의 업무다. 총영사님 부부는 스스로 식사를 요리한다.

▣LA에서 여가생활은.

-친구들이 많지 않아 좀 외롭기는 하지만, 요리사도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력단련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 또한, 영사관 직원들이 틈틈이 챙겨주고 있어 요리 및 한식 세계화 공부에도 전념하고 있다. 이제 LA온지 6개월 쯤 돼서 많이 익숙해졌다.

▣요리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주말을 활용해 최소 1주일에 한번은 남가주의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비교적 잘 이뤄진 일식 및 태국 음식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레스토랑들의 분위기 및 서비스 등 외적인 부분도 간과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이러한 탐방 경험을 기록하고 한식에 어떻게 잘 접목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2~3년 정도 일하면서 충분히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밑거름을 만들고 싶다. 아무래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한식을 요리하려면 외국인들을 많이 상대할 수 있는 관저 요리사가 유리할 것 같다. 앞으로 수년간 미국 등에서 요리에 대해 더 연구하고 배워 명실상부한 1류 셰프가 되고싶다.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식당 운영 등을 통해 한식 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하세훈 요리사는
-1994년생(27세). 미혼
-전라북도 전주 출신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2013학번
-호주 멜버른 소재 일식당 1년 근무
-한식 조리사 자격증 취득
-한국 한식당 근무
-2020년 LA총영사관 관저 요리사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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