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류현진(33·토론토)은 빅리그 입성 후 풀타임 기준 가장 탈삼진 비율이 높은 시즌을 보냈다. 60경기 단축시즌 체제에서 12경기 67이닝을 소화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했는데 9이닝당 탈삼진 비율도 9.67개에 달했다. 이는 2018년 9이닝당 탈삼진 비율 9.73개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당해 류현진은 부상으로 전반기 대부분을 결장한 바 있다.

류현진이 매 경기 의도적으로 삼진을 잡는 볼배합을 펼쳤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류현진 뒤에 자리한 야수들의 수비가 LA 다저스 시절보다는 떨어졌다는 점이다. 다저스 시절에도 이따금씩 야수들의 멀티포지션 소화에 따른 에러가 나왔으나 야수진 구성 자체는 완성형에 가까웠다.

반면 토론토는 유격수 보 비셋, 2루수 캐반 비지오,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등 핵심 내야수 대다수가 20대 초중반 신예다. 재능은 출중하지만 공수주에서 완성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2020년 디펜시브런세이브(DRS)만 봐도 이들 셋 중 2루수 비지오 홀로 ‘+2’ 양수를 기록했다. 유격수 비셋은 ‘-1’, 1루수 게레로 주니어는 ‘-4’였다. 비셋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비셋을 대신해 유격수로 출장한 산티아고 에스피날과 조 패닉도 유격수 출장시 DRS ‘-1’을 찍었다.

토론토 구단도 이를 모를리 없다. 수비 문제를 파악하고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센터라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공수가 두루 뛰어난 FA 최대어 중견수 조지 스프링어와 구단 역대 최대 계약(6년 1억5000만 달러)을 체결했다. 그리고 27일(한국시간) 베테랑 내야수 마커스 세미엔과 1년 18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내외야 수비를 두루 업그레이드했다.
지난 6년 동안 오클랜들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세미엔은 최근 3년 DRS ‘+21’을 기록했다. 지난해 ‘-5’로 고전했지만 토론토에서는 2루수로 뛸 확률이 높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은 토론토가 1루수 게레로, 2루수 세미엔, 3루수 비지오, 유격수 비셋으로 2021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지명타자 한 자리를 활용해 이따금씩 비셋이 지명타자로 나서고 세미엔이 유격수로 나설 수도 있다. 비지오가 틈틈이 2루수로 출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내야진 뎁스가 향상된 만큼 수비 또한 지난해보다 나아질 확률이 높다.

류현진은 상황에 맞는 투구로 위기를 벗어날 줄 아는 투수다. 지난해 탈삼진 비율이 유난히 높은 시즌을 보냈지만 마냥 삼진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주자가 있을 때는 내야땅볼에 의한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종료시키는 모습을 수없이 펼쳐보였다. 비록 지난해 탬파베이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는 비셋의 에러로 허무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토론토 구단 또한 이를 과제삼아 내야진을 업그레이드했다. 올해 내야수들과 보다 나은 하모니를 이루며 효율적인 투구를 펼치는 것을 기대해볼만 하다. 류현진이 늘 뜬공보다는 땅볼 유도 비율이 높은 투수(빅리그 통산 땅볼 비율 48.6%, 뜬공 비율 29.8%. 2020년 땅볼 비율 51.1%, 뜬공 비율 28.0%)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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