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맞물려 미묘한 파장…`기선 제압'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서초서는 이 차관 사건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져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에 검경 관계가 수평적으로 재정립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경찰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검찰의 `기선 제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검찰은 2019년 12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류품을 보관하고 있던 서초경찰서 형사팀을 압수수색했다.

당시는 검찰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수사권 조정안 논의를 둘러싸고 검경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에 택시 기사 A씨가 보여준 블랙박스 영상 촬영본을 보고도 묵살한 의혹이 제기된 서초경찰서 수사관 B 경사의 휴대전화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서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B경사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최근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에서 사건 당시 동영상을 복원하고 택시의 위치정보시스템(GPS) 자료, B경사와 블랙박스 복원 업체 관계자 간 통화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들을 토대로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 1월 1일을 기해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고 국가·자치·수사로 나뉜 새로운 경찰로 거듭났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16개월 여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경찰의 이 차관 내사 종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면, 경찰의 수사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검찰개혁 시즌2'를 추진하는 여권의 견제를 받는 검찰로선 대표 사정기관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고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uju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