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연구·경험, 미국 등 일부 국가 시행착오 토대로 결론

"공기중 미세침방울, 무증상 감염자의 위험 예상보다 컸다"

"가림막 설치, 오히려 환기에 방해…물건 소독도 그리 중요치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소독, 열 체크, 가림막 설치보다 마스크 착용, 환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과학자들이 지난 1년간의 팬데믹 연구 및 경험을 토대로 이런 내용의 '교훈'을 담은 코로나19 새 해설서(playbook)를 완성해 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뉴질랜드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팬데믹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 대규모 코로나 검사, 봉쇄 조치 등의 기본 방역 조치들을 고수해왔고, 실제 지난 1년간의 결과로 볼 때 이들이 팬데믹 대처를 훨씬 더 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그 외 국가들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과학자와 정부, 의회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줌으로써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마스크 착용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의 경우 팬데믹 초창기에 일반인들에게는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외출을 삼가라는 '스테이 앳 홈'(stay-at-home) 명령을 발동하는 전략을 썼다.

이는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공급되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측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책으로 평가된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과 동시에 연방시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새 코로나19 해설서는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파해낸 결과이기도 하다.

첫째는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 두번째는 공기중의 입자, 즉 에어로졸이 바이러스 확산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무증상 감염의 경우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감염자의 약 40∼45%가 증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감염력이 훨씬 강한 새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이러한 '조용한 전파'의 잠재적 위험성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에어로졸을 통한 전염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투명 가림막 설치 등의 조치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팬데믹 초기에는 비말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이 붐처럼 일었고, 실제 마트 계산대나 리셉션 데스크 직원 등 고객을 짧게 마주하는 직원들에게는 가림막이 어느 정도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식당, 실내 체육시설 등과 같은 공간에서는 가림막의 기능이 모호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어로졸은 공기 흐름을 타고 떠다니면서 가림막을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데다, 어떤 경우 가림막이 공기 순환을 방해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독 문제 역시 팬데믹 초기와 비교해 과학자들의 견해가 바뀐 부분이다.

팬데믹 초기에는 물체 표면에 남아있는 바이러스를 통한 전염 가능성을 우려해 소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실제 이러한 간접 전염의 위험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CDC도 지난해 9월 내놓은 새 가이드라인에서 사무실, 작업장, 가정, 학교 등에서의 소독은 조명 스위치, 손잡이 등 빈번한 접촉이 일어나는 곳을 제외하면 일상적 소독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열 체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환자 중에 발열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약 13%만이 발열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들은 결국 다른 어떠한 방역 조치보다 마스크 쓰기가 중요하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브라운대학의 메건 래니 응급의학과 박사는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감염,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이 두 가지가 핵심이며 마스크 쓰기가 중요한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