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상징' 베를린 포츠담 광장서 한국대사관 뒤뜰로 이전 "역대급 구경거리"

생생토픽

통일 25주년 2015년 설립, 설치기한 만료
경찰 호위속 30여명 힘합쳐 대대적 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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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m 높이때문에 신호등 해체 등 어려움
"4개월 준비끝에 사고없이 성공이전안도"

"눈부신 구경거리네요(spektakular)"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통일정자가 14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포츠담 광장에서 한국대사관 뒤뜰로 이전을 마쳤다.

통일정자는 한국 정부가 베를린 장벽이 설치됐던 '독일 통일의 상징' 포츠담 광장에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으로 2015년 11월 세운 정자다.

서울 창덕궁의 상량정을 1대 1로 실사해 나무로 만든 육각형 누각으로, 작지만 기품이 있어 베를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통일정자는 이번에 베를린 시당국으로부터 받은 설치기한이 만료되면서 한국대사관 뒤뜰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베를린 도심 한복판에서 대로를 따라 38t짜리 통일정자를 옮기는 데는 30여 명이 힘을 합쳐야 했다.

통일정자 이송대작전은 전날 포츠담광장에서 통일정자를 트레일러에 옮기는 것부터 시작됐다. 특수제작된 8.2t 규모 H빔으로 통일정자 아래를 받친 뒤 200t 규모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트레일러에 실었다.

크레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80t 규모의 철물로 안전장치를 했다. 이어 이날 오전 7시께부터 본격적인 이전 작업이 시작됐다.

경찰차 3대가 앞뒤로 차량을 통제한 가운데, 통일정자를 실은 트레일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츠담 광장을 가로질러 편도 4차로 포츠담 대로에 우회전해서 진입한 트레일러가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나 국립미술관까지 가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란드베어 운하를 따라 바우하우스 아카이브까지 간 통일정자는 이후 '베를린의 센트럴파크'인 티어가르텐으로 향하는 대로에 진입했다가 마침내 3km의 대장정을 마치고, 주 독일 한국 대사관이 있는 슈툴러가에 도착했다. 대사관에 도착한 통일정자를 다시 H빔으로 받쳐 200t 규모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담장을 넘어 뒤뜰에 설치할 때까지는 모두 5시간이 걸렸다.

도로 통제를 담당한 경찰은 "베를린 한복판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이송 작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2m 높이의 통일정자를 트레일러에 실어 옮기는 과정에서 길 가의 가로수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가지를 쳐야 했다.

독일은 헌법에 나무 등 자연물 보호 관련 규정이 들어가 있어 나무마다 번호가 매겨 있는 등 관리가 까다로워 이번에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한 이송 중 통일정자 높이가 신호등 높이에 다다라 중간중간에 신호등을 해체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작업도 해야 했다.

한혜지 주독일한국문화원 프로젝트매니저는 "이송과정에서 통일정자에 이상이 생길까 봐 며칠 동안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면서 "드디어 이송이 이뤄진 오늘도 끝까지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말했다.

이전과정을 총지휘한 앙드레 바인홀트 현장감독은 "4개월간 관계당국과 협의 등 기나긴 준비과정을 거쳐 마침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 기쁘다"고 말했다.

초대형 운송작전에 이날 대사관 주변에는 수많은 구경인파가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역대급 구경거리"라며 살을 에는 추위에도 발을 옮기지 못했다. 마침내 대사관 뒤뜰에 통일정자가 안착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