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접종 때 면역계가 코로나 식별→비감염자의 20배 항체 생성

글로벌 백신 수급 개선 기대…미 마운트시나이 의대, NEJM 보고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은 1차 백신만 접종해도 충분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접종 수요의 대폭적인 축소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반영되면 2차 접종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이런 백신 부작용은, 신종 코로나 감염 등으로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긴 상태에서 접종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심한 거로 알려져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과학자들이 작성한 이런 내용의 보고서는 10일(현지 시각) 유명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NEJM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다. 이 보고서는 논평(A letter to the editor) 형식으로 NEJM에 제출됐다.

공동 저자인 비비아나 사이먼 미생물학 교수는 "면역력이 생긴 사람에게 1차 백신을 접종하면, 비감염자에게 2차 접종한 것과 대등하거나 이보다 더 강한 항체 반응이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라면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은 한 번만 백신을 접종해도 충분한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자 109명을 대상으로 항체 수치의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이 가운데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는 피험자는 1차 접종 후 수일 내에 비감염자의 10배 내지 20배의 항체가 생겼고, 2차 접종 후에 생긴 항체도 비감염자의 10배를 넘었다.

코로나19 양성인 사람은 한 차례만 백신을 맞아도 매우 빠르게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그 반응 강도는 감염 전력이 없는 사람에게 2차 백신을 접종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코로나19 양성 83명과 음성 148명을 별개의 두 그룹으로 나눠, 백신 접종 후 반응을 관찰했다.

두 그룹 모두 1차 접종 때 가벼운 통증, 부기(浮氣), 피부 빨개짐 등이 주사 부위에 나타났다.

그러나 피로, 두통, 오한, 고열, 근육 및 관절통 등 상대적으로 중한 부작용 빈도는 양성 그룹에서 훨씬 더 높았다.

코로나19 양성 그룹의 1차 접종 후 면역 반응 강도는, 음성 그룹의 2차 접종 후와 비슷했다.

양성 그룹의 면역 반응이 1차 접종 후에 강해지는 건, 피험자의 면역세포가 이때부터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대상자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는지 잘 모를 경우엔 혈청학적 분석을 통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사이먼 교수는 "이런 검사를 통해 이전의 감염에 따른 항체 형성이 확인된 사람은 2차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접근법이 정책에 반영된다면 충분치 못한 백신 공급을 늘리고, 코로나 감염 후 회복한 사람이 자주 겪는 백신 과민 반응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화이자-바이오앤텍(Pfizer-BioNTech)과 모더나(Moderna)가 각각 개발한 백신은 지난해 12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긴급 승인을 받아 이미 많은 사람에게 접종됐다.

두 백신은 3상 임상시험에서 3,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해야 높은 바이러스 방어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1·2차 접종의 간격이 적정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1차 백신 접종 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2차 접종 전에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2021. doi:10.1001/jama.2021.3465)도 나왔다.

2차 접종으로 중화항체의 방어력이 최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백신 접종으로 신종 코로나의 로드(load)가 커지면, 변이 바이러스 생성 및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