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미형성 11.6&·급감 26.8%, '항체 면역' 기대 못 해

항체 약해도 T세포 면역 강하면 감염 '차단'… '랜싯 마이크로브'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을 때 어느 정도 항체가 형성되고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에 관한 연구는 적지 않게 이뤄졌지만, 실험 대상군의 규모와 구성 등에 따라 결과와 해석이 상당히 크게 엇갈린다.

미국 듀크대와 국립 싱가포르대가 공동 설립한 '듀크-앤유에스 의대(Duke-NUS Medical School)' 과학자들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코로나19 환자의 약 12%는 중화항체가 전혀 생성되지 않고, 27%는 형성된 항체가 곧바로 줄어들어 충분한 면역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는 게 요지다.

코로나19 환자의 근 40%가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만 갖고 재감염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머지 60%는 감염 후 6개월간 일정 수준의 항체를 유지하거나 항체가 천천히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자들은 항체가 생겨 장기간 지속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감염의 중증도를 지목했다.

감염증을 심하게 앓은 환자가 오래 유지되는 항체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듀크-앤유에스 의대와 싱가포르 국립 감염병 연구 센터(NCID) 등의 과학자들은 2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랜싯 마이크로브( Lancet Microb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환자 164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하며 중화항체, T세포, 면역계 신호 분자 등의 수치 변화를 6~9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여기서 생산된 데이터로 환자 개인별 중화항체 증감 궤적을 예측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 분석 결과에 따라 피험자를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감염 후 항체가 형성됐다가 빠르게 줄어든 '급속 감소' 그룹이 26.8%, 대체로 6개월간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저속 감소' 그룹이 29%, 접종 후 180일까지 항체 수치에 거의 변화가 없는 '지속' 그룹이 31.7%를 각각 점유했다.

이 밖에 중화항체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 '네거티브' 그룹이 11.6%, 회복 후반기에 항체 수치가 늘어난 '지연 반응' 그룹이 1.8%였다.

이 결과는 사람마다 바이러스 감염 이후 생기는 면역반응이 제각각이라는 걸 재확인하는 것이며, 더 좋은 백신을 만들려면 이런 면역 반응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선 또 T세포 면역의 중요성이 재차 확인됐다.

중화항체를 전혀 만들지 못한 네거티브 그룹까지 포함한 모든 피험자가 감염 후 6개월간 꾸준히 T세포 면역 반응을 보인 것이다.

T세포 면역이 강한 사람은 중화항체 수치가 낮아도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듀크-앤유에스 신종 감염병 프로그램의 왕 린파(Wang Linfa) 교수는 "제 기능을 하는 코로나 중화항체의 지속 기간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환자 개인별 모니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 메시지"라면서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력이 어느 정도 지속할지에 대한 함의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백신 개발 및 접종과 별도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출구 전략을 짜는 데도 중요한 참고가 될 거로 평가된다.

감염 환자의 몸 안에 형성된 항체가 이렇게 감소한다는 건 다시 코로나가 유행할 때 재감염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게다가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마저 일정 시간이 지나 감소할 경우 인플루엔자처럼 연례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