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년된 미라 22구 옮기자 "왕의 안식 방해하면 불행 따른다' 전설 재현 주장

이집트

"최근 잇딴 대형 사고들, 저주 초래 입증"
미신론자 "박물관 미라들 그냥 놔뒀어야"
학자들 "전에도 아무 일 없었다"며 일축

최근 이집트에서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 사건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르며 '파라오의 저주'가 내렸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집트는 최근 전 세계 교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에 선박이 좌초해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지난달 26일에는 중부 소하그 지역에서 열차 추돌사고로 최소 32명이 사망했고, 그 다음날 카이로에서는 10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붕괴해 18명이 숨졌다.

2일 미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일부 미신론자들은 정부가 3일 카이로 시내에서 3천년 전 잠든 고대 파라오의 미라들을 새로운 박물관으로 옮기는 '파라오 골든 퍼레이드'(The Pharaohs' Golden Parade)가 저주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라오의 저주란 파라오 미라의 안식을 방해하면 불행 또는 죽음을 맞을 것이라는 이집트의 오랜 전설이다. 정부는 수도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에 있던 파라오 18구와 왕비 4구 등 총 22구의 미라를 국립 문명박물관으로 옮긴다.

미신으로 그칠 법한 파라오의 저주가 일각에서 이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약 100년 전 투탕카멘왕의 무덤을 발굴했던 학자들이 차례로 사망한 사건이 한몫했다.

1922년 영국인 하워드 카터 등 학자와 조수들은 파라오의 무덤이 모여있는 '왕들의 계곡'에서 발견한 투탕카멘왕의 무덤을 발굴한 뒤 알 수 없는 원인 등으로 숨졌다.

당시 무덤엔 "왕의 평화를 방해하는 자들에겐 죽음이 빠르게 찾아갈 것이다"는 문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져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말도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자 온라인에선 파라오 미라를 옮기지 말라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한 여성은 페이스북에 "파라오를 원래 있는 자리에 놔두라"며 "파라오의 분노를 알라"고 경고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트위터에 "파라오의 저주는 농담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해시태그(#)를 달아 "미라를 그대로 둬라"(#KeepTheMummiesWhereTheyAre)고 주장하며 "지난 며칠간 이어진 모든 대참사가 4월 3일 예정된 미라 이전 행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퍼레이드 행사를 지지해왔던 저명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는 파라오의 저주설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라들이 운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81년 미라들은 (중부 도시) 룩소르에서 3일 동안 배를 타고 카이로로 넘어온 적 있다"면서 "또 19세기 말 람세스 2세의 미라를 감싼 천이 벗겨진 적도 있었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이번에 옮겨온 미라들을 문명박물관에 영구 전시하기로 했다. 미라들은 21발의 예포를 맞으며 이 박물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