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놓은 농부 역대급 패소 판결

아르헨티나

앞 발 절단 자연복귀 불가능
야생 동물 돈 지원 '첫 판결'

멧돼지를 잡으려고 설치한 덫에 야생 퓨마가 잡혀 앞 발을 절단해야하는 중상을 입자 법원이 농부에게 퓨마에게 평생 생활비를 지원하라는 이색 판결을 내렸다.

콜롬비아 언론 카라콜 텔리비시온은 지난달 31일 아르헨티나 법원이 야생 푸마(쿠거)를 불구로 만든 한 농민에게 "쿠거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라팜파주의 평범한 농민인 세르히오 네우바우르는 평소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의 잦은 출몰로 농작물 손해를 입었다. 피해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덫을 설치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덫에 걸린 건 엉뚱하게도 '아메리카 표범'으로 불리는 쿠거였다. 앞 발에 걸린 덫을 질질 끌며 이동하던 쿠거는 농장 인근 리우소재 국립자연공원에서 발견됐다.

공원 측은 쿠거를 구조한 뒤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쿠거는 오른쪽 앞발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됐다. 불구가 된 쿠거는 야생으로 돌아가더라도 사냥 등 야생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원 측은 쿠거가 덫에 걸린 경위를 조사한 뒤, 쿠거를 대신해 세르히오에게 민사소송을 걸었다. '불구가 된 쿠거가 평생 사냥을 못 하게 됐으니 생활비를 대라'는 요구였다.

법원은 이 소송에서 쿠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쿠거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쿠거에게 평생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4000페소(약 4만9000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로 세르히오는 불구가 된 쿠거가 사망할 때까지 생활비를 대야 한다. 쿠거의 수명은 보통 15~20년이다. 야생 동물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라는 아르헨티나 법원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활비를 대리 받아 쿠거를 돌보는 데 사용하게 된 리우에 국립자연공원 측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선구적인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가족 같은 야생동물이 불구가 된 게 안타까워 소송을 냈지만 큰 기대는 없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