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리 삶의 특징될 수도"…최소 15개국서 도입 또는 예정

미 대학가선 "백신 접종해야 가을학기 복귀 가능" 속속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영국이 일상으로의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른바 '백신 여권'(Covid passport)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영국뿐 아니라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스페인과 그리스, 태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백신 여권이나 이와 비슷한 코로나19 상태 증명서 등을 도입했거나 할 예정이다.

역시 대규모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미국에서도 가을학기 등록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영국 "백신 여권이 우리 삶의 특징 될 수도"

6일(현지시간) BBC 방송,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에서 백신 여권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당초 해외여행 재개 목적을 위해 백신 여권 또는 코로나19 상태 증명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업데이트된 정부 검토 결과에 따르면 최근 봉쇄조치 단계적 완화에 나서고 있는 영국은 한발 더 나아가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는데도 이같은 백신 여권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상태 증명서 또는 백신 여권에는 최근 백신을 접종했는지, 당일 또는 전날 신속검사 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는지, 과거 6개월 이내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자연 면역력을 갖고 있는지 등 세 가지 항목에 관한 기록을 담는다.

영국 정부는 기존 국민보건서비스(NHS) 애플리케이션에 이를 담는 방안, 또는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을 위해 문서 증명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백신 여권이 극장이나 나이트클럽은 물론 대규모 축제나 스포츠 이벤트 등에 관중이 입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이를 시험해볼 예정이다.

정부는 "설령 정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약화되기 전까지 코로나19 상태 증명서는 우리 삶의 특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공공 서비스, 대중교통, 슈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업소에서는 이같은 코로나19 상태 증명서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펍과 같은 지역사회의 사교 장소에 가는데 이같은 의학적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차별적이며 분열을 초래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를 도입하기 전에 반드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 최소 15개국서 백신 여권 지참 시 자가 격리 등 면제

영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이미 이같은 백신 여권을 추진하거나 최소한 도착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해외여행 등을 위해서는 도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그랜트 섑스 교통장관 주도의 '글로벌 여행 태스크포스'에서 백신 여권이나 코로나19 상태 증명서와 같은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에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스템이 먼저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전 세계 최소 15개국에서 이미 백신 여권이나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오는 5월 14일부터 백신을 접종했거나 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이들의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모든 관광객은 무작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스페인은 오는 5월 19일부터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 여행 전시회인 FITUR 이전에 디지털(백신) 여권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다만 스페인 내 코로나19 감염 상황, 백신 접종 속도 등을 감안해 판단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조지아 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이에 관한 증명을 제시하면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 등을 면제하고 있다.

헝가리 역시 방문객에 백신 접종 상태 증명서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미 그리스와 '백신 버블'을 형성, 백신 접종자는 두 국가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버블'은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은 올해 중반 이후 이같은 버블을 다른 국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의 관광대국 태국은 오는 7월 1일부터 푸껫으로 입국하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가 격리를 면제할 계획이다.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푸껫을 여행할 수 있으며, 1주일 뒤에는 태국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

10월부터는 푸껫뿐만 아니라 끄라비, 촌부리, 치앙마이 등 여러 관광지로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태국은 그동안 입국자에 대한 15일 자가 격리를 적용하다가, 4월부터 10일로 이를 단축했다.

미국 하와이주 역시 관광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에 대한 자가 격리 면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와이는 백신 접종자에 전자 코드를 부여, 섬 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미국 대학 5곳 이상 "학교 복귀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해야"

해외 여행뿐 아니라 앞으로 학업을 재개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최소 5곳의 미국 칼리지와 대학이 가을에 다시 학교 문을 열면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 완료 증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코넬대, 럿거스대, 포트 루이스 칼리지, 노바 사우스이스턴대, 세인트 에드워즈대 등이 이미 학교 구성원 등에게 보낸 서한 등에서 이같은 방침을 내놨다.

코넬대는 이같은 결정은 "뉴욕과 다른 주에서 발표된 백신 접종 자격 확대, 백신 생산량 증대 등을 감안한 것"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이 봄이나 여름에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만약 가을 새로운 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백신을 맞지 못했다면 학교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디킨슨 주립대는 강제적인 백신 접종 보다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 대학은 백신 접종을 증명한 학생은 캠퍼스 내에서의 마스크 의무화 조치에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 대학 측의 이같은 입장은 그동안 대학이 바이러스 주요 확산지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진 사례 12만건 이상이 칼리지나 대학과 연관됐으며, 팬데믹 시작부터 감안하면 모두 53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