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넘어뜨리고 머리채 잡고 흔들어

우한서 코로나19 발병 후 증오범죄 급증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증오범죄를 일삼은 한 용의자를 잡아보니 힘없는 여성과 노인들만 공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ABC와 CBS 등 미국 방송은 뉴욕 경찰 증오범죄 수사팀이 지난 7일 아무런 이유 없이 3차례에 걸쳐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공격해 다치게 한 혐의로 조지프 루소(27)를 체포했다고 8일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루소는 지난달 5일 오전 브루클린 내 그레이브젠드 지역의 인도에서 64세 아시아계 여성 A씨를 밀어 넘어뜨렸다.

피해 여성은 몸 왼쪽 부분을 다쳤지만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지는 않았다.

그 후 보름이 지난 시점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루소는 지난달 22일 아침 브루클린 내 매디슨 지역 인근 인도에서 32세 아시아계 여성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흔들었다.

놀란 B씨는 머리와 목이 아팠지만, 응급 치료를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루소는 B씨와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는데 갑자기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이달 5일에는 브루클린의 홈크레스트 지역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채소를 사기 위해 살펴보던 77세 아시아계 남성 C씨를 밀었다.

C씨는 바닥에 넘어진 뒤 팔에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은 루소가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심으로 무고한 시민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루클린에 사는 루소는 2009년부터 이번에 체포되기 전까지 공공 음란죄, 마약 소지, 강도 등의 혐의로 전과도 14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증오범죄가 특히 많은 브루클린에서는 아시아계 주민들이 혼자 다니기 겁난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CBS에 "나는 매우 두려운데 예전에는 절대 이렇지 않았다"며 "우리는 시내와 상점을 갈 때 아무 걱정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탔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인권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는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미국에서 접수된 아시아·태평양계 대상 증오범죄가 3천795건을 넘는다.

이들 증오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에서 발병해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이후 1년여간 급증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