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을 넘어 뜻깊은 만남의 장이었다.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진행됐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염을 토했다.

축제의 장을 즐기기 위해 윤여정과 한예리는 시상식에 앞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시상식을 통해 오랜만에 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앨런김,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와 재회했다. 이것만으로도 ‘팀 미나리’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됐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상보다 2개월 늦게 시상식이 진행됐다. 때문에 ‘팀 미나리’ 역시 더욱 오랜 거리두기 끝에 감격의 재회가 성사된 것.

이날 정이삭 감독, 윤여정, 한예리 등은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시상식을 즐겼다. 누군가 상을 받으면 축하의 박수를 건넸고, 후보에 올랐을 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드러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여우조연상은 이변없이 윤여정이 수상했다. 그러자 한예리는 기립해 박수를 쳤고, 윤여정도 여유있게 단상 위에 올랐다.

특히 여우조연상 시상을 브래드 피트가 맡아 큰 관심을 모았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의 수장이기도 하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수상소감 첫마디에서 “드디어 브래드피트를 만났다”며 감격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수상소감에는 브래드 피트도 뜨거운 박수를 쳤다. 이렇게 두 사람의 영광스러운 투샷이 전세계 전파를 탔다.

뿐만 아니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스티븐 연은 시각효과상 시상자로 나섰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후보를 소개하고 수상자를 호명하며 매끄러운 진행을 이어갔다. 또 지난해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도 지난해 수상에 이어 올해는 시상자로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 체류중인 봉준호 감독은 통역사 샤론 최와 비대면으로 함께 했다. ‘미나리’ 멤버들과 한 자리에서 재회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봉 감독은 비대면임에도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난해 감독상 수상자다운 위엄을 뽐냈다. 그의 내레이션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수분간 방송되는 등 K무비의 달라진 위상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미나리’의 경우 미국에서 제작한 미국영화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 그리고 한국인 배우들이 참여해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나아가 윤여정이 끝내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점에서 K무비의 확장성을 지닌 작품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에도 ‘미나리’로 아카데미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102년 한국 영화사에 있어 이번 아카데미는 시상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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