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93세 카터 부부, '최장 결혼 생활 美 대통령 부부' 기록…내일 조촐한 기념식

[화제뉴스]

세 살 난 카터, 간호사인 엄마 따라갔다가
생후 하루 된 로잘린과 첫 만남 '94년 인연’
각각 22세·19세 때 결혼식한 후 '백년해로'

▣카터 부부의 백년해로 팁

“딱 맞는 배우자 만나야…싸울땐 조속히 화해”
“매일 두 사람 사이에 화해와 소통이 이뤄져야”
“떨어져 있을땐 밤마다 성경 소리내 함께 읽어”
“관심사를 공유하되 서로에게 충분한 공간줘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부인 로잘린 여사가 내일(7일) 결혼 75주년을 맞는다.

4일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과 로잘린 여사는 이날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지인들과 함께 75번째 결혼기념식을 조촐하게 갖는다.

역사상 최장 생존 대통령
올해 96세인 카터 전 대통령과 93세인 로잘린 여사는 1946년 7월 7일 결혼한 후 무려 2만7395일을 부부로 해로하는 셈이다. 두 사람은 2년 전 부시 전 대통령 부부의 부부생활 기간(2만6747일)을 넘어 역대 미 대통령 부부 중 최장기록을 세웠고 이후 계속 기록을 경신 중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4년 재임에 그쳤으나 미 역사상 가장 오래 생존한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단 4명뿐인 미 대통령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기념일을 앞둔 언론사 공동 인터뷰에서 “만약 당신이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면, 딱 맞는 사람(the right person)과 결혼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나의 최고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두 사람 사이에 화해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불화가 남아 있을 때는 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TV프로그램을 뭘 볼거냐 같은 사소한 다툼도 있었다”며 “나는 그녀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었다. 나도, 그녀도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런 다음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부부는 서로가 떨어져 있을 때도 수년간 밤마다 성경을 소리 내 함께 읽어왔다고 밝혔다.
로잘린 여사 역시 “지미와 저는 항상 함께할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각자에겐 약간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편 사진보고 한눈에 뿅"
두 사람은 1927년 8월 당시 3세였던 카터 전 대통령이 갓난아기를 돌보는 간호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이웃집에서 생후 하루된 로잘린 여사를 보게 되면서 처음 만났다. 비록 기억조차 못하지만 두사람은 그때부터 무려 94년의 인연이다.
두 사람은 1946년 7월 7일 플레인스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카터 전 대통령은 22세로 해군사관학교를 막 졸업한 초급장교였으며, 로잘린 여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 소녀였다. 로잘린 여사는 2년 전 인터뷰에서 "친구인 루스(카터 전 대통령의 여동생)의 집을 방문했다가 침대 머리맡에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해군사관학교 생도였던 남편이 휴가 중 교회 모임에 나오는 기회를 노려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첫 데이트 다음 날 어머니에게 로잘린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은 해군장교였던 카터 전 대통령 때문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잭, 제임스3세, 도넬 등 세 아들과 딸 에이미를 얻었다. 그는 1953년 전역 후 고향 조지아주로 돌아와 땅콩 농장을 운영하다 정계에 입문해 1963년 상원의원, 1971년 주지사 등을 거쳐 197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 카터센터를 설립하고 전 세계를 돌며 민주주의와 인권 확산을 위한 활동을 벌여 현역 시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